농촌은 지난 겨울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축산 기반이 붕괴되다시피 했다. 농산물 작황은 기상이변으로 매우 불규칙적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 들어 기름값과 원자재 가격마저 들썩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농협은 지난 12일 발생한 사상 최악의 전산장애를 겪었다. 지난주 전산장애에 따른 책임을 지고 농협중앙회 전무이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했다.

농민 입장에서는 농협중앙회가 신용(금융)사업만 하는 곳이 아니다. 농협중앙회는 전산장애에 뒤따른 후유증으로 몸져 누워있을 것이 아니라,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경제사업 활성화를 바라는 농촌 사정도 하루빨리 돌아보아야 한다. 예기치 못한 전산장애를 겪었지만 올해 농촌사정이 그 어느 때보다 힘겹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농협은 올해 농협법 개정으로 중요한 전기를 맞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50여년간 끌어 온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농협법 개정안이 지난 3월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우리 농업 · 농촌 · 농민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농협이 해야 하는 일은 전산장애 대응보다 몇 갑절 힘든 일일 수 있다. 이런 시기에 농협 전산사태에 책임을 지고 전무이사가 자리를 비우게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농협법 개정의 취지대로 우리 농업 · 농촌 · 농민에게 중차대한 사업구조개편 작업을 농협중앙회가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농협의 우환은 곧 농민 조합원들의 우환이다. 영농은 철을 놓칠 수 없는 경제활동이다. 농협은 성급한 변명으로 이번 전산장애 사태와 관련한 오해를 초래한 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 전산장애가 대부분 복구된 이상 철저한 원인과 책임 규명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 맡기고,더 이상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농업의 중추인 농협이 바로 서야 농민이 안심하고 농촌에 희망이 있다. 농협을 30년간 이용하고 있는 농민의 한 사람으로 다시 한번 농협이 잘해야 농민이 안심하고 영농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농협중앙회는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앞으로는 어떤 비상 상황에도 성급하지 않으며 책임있게 대응하는 자세를 길러야 할 것이다.

윤요근 한국농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