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모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58 · 사진)가 이번에도 나섰다. 삼성전자에 대해 특허침해 소송을 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공룡 애플에 맞섰다. 권 변호사는 삼성전자를 대리해 지난 21일 한국과 일본,독일 3개국 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특허 침해 맞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지난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갤럭시탭이 특허와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낸 지 1주일 만이었다.

권 변호사는 지난 24년 동안 특허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주로 국내사를 대리해 외국기업과 특허 분쟁사건을 맡아 왔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사건을 다룬 변호사로 꼽힌다. 승소율은 80~90%로 알려져 있다. 권 변호사는 "어떤 사건에서 졌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이번 싸움은 삼성전자가 100%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권 변호사는 "삼성전자의 특허는 세계적으로 쓰이는 표준기술과 관련한 특허여서 애플이 특허 침해를 피하기가 어렵다"며 "수적으로도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등록한 특허가 4500개가 넘는데 애플의 특허는 600개도 안되고,내용도 대부분 휴대폰 각을 동그랗게 한다는 등 디자인이나 유저 인터페이스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폰의 화면 전환이 빨라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하드웨어적으로는 삼성전자의 특허를 따라갈 수 없다"며 "애플이 배짱을 부리는 속내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는 이공계 출신 특허 변호사다. 1976년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에 진학,1984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1987년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후 22년 동안 줄곧 특허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초임 변호사 시절 소송에 앞서 명세서 작성부터 출원까지 특허와 관련한 기초적인 업무부터 배웠다"며 "법학과 공학을 모두 전공해 특허에 대한 이해가 빨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1991년 광장에 합류,이후 다국적기업 유한킴벌리와 쌍용제지 LG생활건강 대한펄프 등 국내 업체들 간의 '기저귀' 분쟁,LG생명과학과 미국 몬산토사의 젖소 산유 촉진제 분쟁,효성과 허니웰사의 타이어 코드 분쟁,삼성 중공업과 미국계 석유 시추회사 트랜스오션이 벌인 심해 원유 시추선 분쟁 등 굵직굵직한 특허 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임성우 · 박금낭 변호사와 함께 맡았던 기저귀 분쟁은 유명하다. 소송가액이 1500억여원으로 단일 제품의 특허사건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 사건에서 권 변호사팀은 1996년부터 2008년까지 13년 동안 국내 업체들을 대리해 결국 승소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