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선 때 오바마에 돈 댔던 헤지펀드…공화당으로 돈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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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개혁 강조하면서 규제 강화 '앙금' 쌓여
정치자금 기부 1100만弗 중 53%가 '공화당行'
정치자금 기부 1100만弗 중 53%가 '공화당行'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를 후원했던 헤지펀드 거물들이 이제는 공화당에 선거자금을 집중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금융위기가 터진 후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손발을 묶는 규제 등을 도입한 데 따른 반발로 해석할 수 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 후보에게 20만달러를 기부했던 대니얼 로브 서드포인트 창업자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공화당에 46만8000달러를 지원했다. 지난 10년 동안 민주당을 후원해온 그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민주당에 기부한 정치 자금은 8000달러에 불과하다. 로브는 최근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월가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에 좌절감을 느낀다"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AQR캐피털의 클리프 애스니스와 회사 직원들은 2010년 중간선거 기간 중 공화당에 55만달러를 기부한 반면 민주당에는 고작 3000달러를 기탁했다.
스티븐 코언의 SAC캐피털어드바이저스와 케네스 그리핀이 이끄는 시타델그룹의 임직원들은 2009년,2010년 대부분의 정치자금을 공화당에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로버트 머서와 직원들은 2008년에는 민주당에 집중적으로 정치자금을 밀어줬으나 작년에는 민주당에 52만7000달러,공화당에 78만2000달러를 기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오바마 대통령의 잇단 '월가 때리기' 발언과 세금(자본이득세) 인상을 적극 추진한 민주당에 배신감을 느낀 탓으로 해석할 수 있다. 헤지펀드 업계는 2006년과 2008년 선거에서 민주당을 집중적으로 지원한 만큼 민주당이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워싱턴에서 정치자금 백서를 발행하는 CRP에 따르면 월가 투자은행 업계가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 후보에게 낸 정치자금 규모는 법조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CRP 집계에 따르면 1990년 이후 2008년까지 헤지펀드가 낸 4000만달러의 정치자금 중 3분의 2가량이 민주당에 지원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헤지펀드가 기부한 정치자금 1100만달러 중 53%가 공화당 몫으로 돌아갔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 헤지펀드 업계를 경제위기를 초래한 주범인 것처럼 몰아붙이고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자신들의 기대에 반하는 개혁 정책을 잇따라 추진하자 공화당 쪽으로 정치 성향이 바뀐 것이다.
특히 2009년 크라이슬러 구조조정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헤지펀드들이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바라면서 자신들은 조금도 희생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난하자 헤지펀드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거물들뿐 아니라 노동단체와 환경단체들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만큼 선거자금 모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