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2010 회계연도 4분기(1~3월)에 삼성증권은 73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대형 증권회사 중 가장 우수한 실적이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3.0% 늘어나는 등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지난 회계연도에 매 분기 계단식 이익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른 증권사들의 주가는 실적 부진 등으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삼성증권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1년 전 보다 30% 넘게 늘어나는 등 주가 흐름도 양호한 모습이다.

◆독보적인 자산관리 부문 경쟁력이 강점

이같이 차별적인 수익성과 주가 흐름은 자산관리 부문의 경쟁력에 힘입고 있다. 지난해 자산관리 부문의 합산 수익은 전년 대비 60% 가까이 늘어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높은 수익성은 탄탄한 고객 기반에 있다. 삼성증권에 1억원 이상 돈을 맡긴 고액 자산가의 수는 전년 대비 22% 늘어났으며,자산은 58조원에 육박한다.

삼성증권은 예탁금 3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를 공략하기 위한 별도 점포(SNI지점)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개설하는 등 고객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전담 인력에 대한 교육과 인원 확대를 병행하고 있어 차별화한 고객 기반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PB(프라이빗 뱅커)를 30.4% 늘려 연내 1380명까지 확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랩어카운트 영역에서의 상대적 우위가 눈에 띈다. 1년 전만 해도 5000억원에 못 미쳤던 삼성증권의 자문형 랩 잔액은 최근 3조원을 넘어섰다. 경쟁사들 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이에 따라 최근 랩 수익이 순영업수익의 10% 이상을 차지하면서 안정적인 신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고객 1인당 평균 랩 잔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것에서 보듯 고액 자산가들에 대한 영업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랩 가입 고객이 1만800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확보한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단순 영업만 해도 추가 성장 여지가 크다. 정부의 랩 규제 가능성 부각으로 업계의 자금 유입 속도는 둔화한 상태지만,오히려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개인 자산 포트폴리오 내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이익 기여도도 커지고 있다. 단순히 증권사가 판매수수료만 받던 방식에서 탈피,고객에 특화한 맞춤형 상품을 구성하고 관련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판매 역시 상품의 다양성을 늘리고 고객의 필요에 특화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 다른 증권사에 비해 환매에 따른 악영향이 제한적이다. 수익성이 높은 주식형 펀드의 잔액이 지난 1년간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자산관리 부문의 경쟁력 제고가 또 다른 핵심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분야의 시너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랩 영업 호조를 바탕으로 대형 우량주 중심의 주식 영업도 강화하면서 2010 회계연도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0.42%포인트 증가한 6.51%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의 리테일 영업 부문은 다른 영업 부문에 비해 개선 추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홍콩법인 등 IB 부문 손실은 약점

재작년부터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약점이다. 2009년 문을 연 홍콩법인이 단적인 예다. 홍콩법인은 그동안 조직 구성과 인력 확보를 위한 비용 지출이 늘어나면서 손실이 쌓인 상태다. 이는 삼성증권의 영업외 손익 부진으로 연결돼 전체 순이익 규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연말로 갈수록 홍콩법인의 적자 축소가 빨라질 것으로 보여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삼성증권이 계획한 홍콩 현지인력 규모는 2011년 말까지 111명 수준인데,현재 100여명을 충원해 인력 보강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홍콩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지역 영업이 본격화하면서 매출 증대를 통한 적자폭 축소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신영증권 박은준 연구원 park.eun-joon@shinyo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