藻類서 오일 생산 연구…새만금 '바이오 油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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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후변화상황실-NASA 오메가 프로젝트…김천에 미세조류 연구소·배양용 돔 건설 합의
친환경 오일(oil)을 생산하는 차세대 바이오매스인 미세조류(microalgae) 연구 · 개발이 국내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기후변화종합상황실은 최근 방한한 토머스 그림 미 항공우주국(NASA) 오메가(OMEGA)프로젝트 실행위원장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경북 김천 아포읍 대신리 일대 6만6000㎡ 부지에 미세조류 연구소 및 배양용 돔 시설을 짓기로 합의했다고 26일 밝혔다.
한국해양연구원도 미세조류 실증시험장(파일럿플랜트)을 최근 준공, 운영에 들어갔다. 차세대 바이오매스 글로벌프런티어사업을 이끌고 있는 양지원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3세대 바이오매스인 조류는 1세대(곡물) · 2세대(목질) 바이오매스의 한계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대량 배양과 수확 효율을 높이기 위한 집중적 연구 ·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꿈의 바이오매스
조류 배양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와 물 혹은 영양염류, 태양광 등이 필요하다. 이 조건과 함께 광생물반응기(PBR · photobioreactor)에 조류를 넣고 화학적 처리를 하면 오일과 물, 화학적 부산물이 나온다는 게 기본 개념이다. 광생물반응기는 자연 상태의 조악한 조류를 오일 생산이 가능한 효율적 상태로 배양하고 정제하는 역할을 한다.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친환경 오일, 부산물까지 생산하니 '일석 삼조'라는 것이다.
조류는 약 30억년 전 지구에 출현한 원생생물이다. 거대조류(macroalgae)는 파래 청각 등 녹조류와 우뭇가사리 등 홍조류 등을 포함해 1만5000여종이 있다. 미세조류는 클로렐라 뿔돌말 널판주머니말 등 2만여종으로 추정된다.
조류는 하루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할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고 단위면적(1㏊)당 오일 생산량이 옥수수나 대두,기름야자(oil palm) 등보다 10~100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 각 부처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SK그룹 페가서스인터내셔날 등 출연연구소와 산업계도 연구 ·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NASA, 새만금 지역 눈여겨봐
NASA의 오메가프로젝트는 기존 조류 배양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간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특수 비닐봉지에 오 · 폐수를 담아 연근해로 흘려보내면 이 안에서 조류의 광합성과 함께 파도에 의한 화학적 작용으로 오일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NASA는 현재 샌프란시스코만 · 멕시코만 등을 포함해 한국 새만금 지역 등도 실행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그림 위원장은 "2020년까지 미 해군(Navy)에 미세조류에서 뽑아낸 오일 800만배럴을 공급하기로 했다"며 "항공기나 로켓용으로도 미세조류 바이오디젤이 효율적인 것으로 드러나 항공사 등이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혁명적 기술을 설득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미국은 국가적인 관심사로 이 프로젝트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종합상황실과 NASA 오메가팀은 5월 중 서울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연말까지 김천시, 전북 새만금사업단 등과 함께 미세조류 대량 생산 계획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한국경제신문의 글로벌HR포럼에 참여했던 조너선 트렌트 오메가프로젝트 총괄연구원도 9월께 김천을 찾아 사업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NASA뿐 아니라 빌 게이츠가 1억달러를 투자한 사파이어에너지와 듀퐁 엑슨모빌 BP 등도 미세조류 배양장을 조성하거나 관련 기술 보유기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기술적 장벽 넘어야
다만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다소 많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최근 선보인 개방형 배양장 형태는 초기 투자 비용이 낮으나 광변환 효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공학적 배양장인 PBR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또 국내외적으로 초보적인 배양 등에 대한 특허는 나오고 있으나 공정 등 시스템 관련 특허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NASA 오메가팀과 미세조류의 피부미용 부산물 연구 · 개발에 관해 MOU를 맺은 구미1대학 서영택 산학협력단장은 "오일 생산 과정에는 정밀한 기술적 검증이 필요하며 상용화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전용할 수 있거나 특정 공정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농작물, 폐기물, 목재, 생물 등을 총칭하는 것.바이오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연료로는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등이 있으며 최근 들어 식량 고갈이나 환경 오염과 상충하지 않는 3세대 바이오매스(조류)가 각광받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