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설계를 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100세 장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박유성 고려대 교수가 발표한 '연령대별 100세 도달 가능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1945년생 생존자 중에서 100세에 도달한 가능성은 남성이 23.4%,여성이 32.3%라고 한다.

또 1958년생 생존자 가운데 남자는 43.6%,여자는 48%, 즉 절반 가까이가 97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특별한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일만 없다면 100세까지 산다는 것을 전제로 노후설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아내가 혼자 살아야 하는 10년 고려해야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은 남성보다 7년 정도 길다. 또 남성의 결혼 연령은 여성보다 세 살 정도 많다.

결국 여성들은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10년 정도는 혼자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따라서 노후설계는 남편만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된다. 남편 사후 혼자 남아 10년 정도를 살아야 하는 아내까지를 고려한 노후설계가 필요하다.

100세 시대를 살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건강관리는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최소 1년에 1~2회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걷기'처럼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의료비는 보험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젊은 시절 건강에 조심해도 100세까지 살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병에 걸릴 수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은퇴 후의 생활비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퇴직자의 30~40%는 퇴직 후에도 생활비가 줄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의료비와 간병비 탓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녀 교육비를 아껴라

지난해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55세 이상 퇴직자 500명을 대상으로 퇴직자의 생활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전체 대상자 중에서 충분한 준비 없이 퇴직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무려 61%를 차지했다. 은퇴 준비를 못한 이유로는 '자녀 교육비 때문'이라는 응답이 59%로 가장 많았다.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인해 노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주위에서 과다한 자녀 교육비 지출로 노후자금은 마련하지 못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자녀들은 도움을 주지 않아 고생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자녀들로부터 도움은커녕 열심히 모아둔 자금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녀에게 주고 자신들은 어려운 노후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나친 사교육비 지출로 인해 노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사교육비로 쓰는 것이 과연 아이들의 장래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은퇴 후 생활비는 '3층 연금'으로 대응

우리나라의 부모들이 현재 가장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자녀 교육비를 줄이는 것이다. 절약한 돈으로 가장 먼저 할 일은 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가정주부도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임의가입이 가능하다.

직장인은 퇴직연금에도 가입해야 한다. 그것도 투자형연금,다시 말해 확정기여형(DC · defined contribution) 연금에 들 것을 추천한다. DC형은 리스크는 따르지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투자에 관한 교육을 받을 기회도 많아진다. 여기에서 습득한 투자지식을 다른 자산을 운용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 모자라는 부분은 개인연금에 가입해 보완해야 한다. 이미 퇴직을 했거나 퇴직 직전에 있는데도 연금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은 경우에는 즉시연금이나 주택연금을 고려할 만하다.

◆자산관리 균형 잡아야

부채도 잘 관리해야 한다. 부채를 갚지 못한 채 퇴직을 맞는 가정이 많다. 주택담보대출,자녀 교육비,자녀 결혼자금 지원 등이 그 원인이다. 과다한 부채는 노후생활을 좀 먹는 최대 적이다.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탓에 노후생활비가 새나갈 수밖에 없다. 부동산을 줄여서라도 반드시 부채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균형 잡힌 자산관리를 하는 것도 긴요하다. 우리나라 가정의 평균적인 자산구조를 보면 80% 이상을 부동산이 차지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득수준과 연령이 높아질수록 부동산 비중은 줄이고 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자산관리의 원칙이다.

투자형 금융상품으로 물가상승 위험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대량 살포된 자금이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유가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동향 또한 심상치 않다. 인플레이션이 진행된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은퇴 후 30~40년 동안 할 일을 찾아라

은퇴 후 30~40년 동안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준비 또한 매우 중요하다. 다시 취업을 해 좀 더 수입을 얻기 위한 인생을 살 것인지,자기 실현을 위한 인생을 살 것인지,사회 환원적인 삶을 살 것인지,아니면 이 세 가지를 병행하면서 생활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후반 인생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위의 시선이나 평판보다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소신이나 긍지다.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평생 현역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은퇴 후에도 보람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현역시절부터 미리미리 준비해 긴 후반 인생에 대비하는 것이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chkang@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