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지난 23일 열린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복지예산 요구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이날 회의가 포퓰리즘 성향의 입법을 차단하고 건강보험을 비롯한 복지부문을 개혁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구조 개혁 등을 중점 추진키로 한 것은 그런 위기의식을 반영한 결과다. 그렇지않아도 여야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복지대책을 내놓는 상황이고 심지어 복지 논란은 전면 무상이냐 아니냐를 다투는 정도에 이르렀다. 지금 정치권에서 내놓은 선심성 예산만 합해도 이미 900조원에 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정부 자신도 결코 포퓰리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친서민 정책이란 명분 아래 서민금융이 무분별하게 확대되고 있고 노동과 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28%나 된다. 추가적인 선심 항목이 없어도 이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게 돼있다. 여기에 대학생들의 학자금 상환제도 역시 장차의 예산 수요를 크게 높여놓고 있는 것이 지금의 재정 현실이다. 건강보험은 적자요, 각종 공적 연금 구조를 개혁하기에는 이명박 정부 역시 이미 시기를 놓쳤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행히 세수가 늘면서 재정적자가 통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언제 부채 누증의 악순환이 가동될지 알 수 없는 것이 마치 시한폭탄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더구나 한 번 늘어난 복지예산은 다시 줄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이 다른 나라보다는 안정적이라지만 2009년 33.8%였던 것이 2010년엔 36.1%로 늘어났고 더구나 복지예산은 대부분이 경직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한번 더 치르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부처별 예산편성 시기를 앞두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비상한 각오를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