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22일 미국 애플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낸 특허침해 소장에서 손해배상액을 '1억원'으로 기재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애플이 미 법원에 갤럭시폰과 갤럭시탭이 특허와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내자 "오히려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는 통신기술 등을 애플이 침해했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내달 미국에서도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애플이 국내 시장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판매로 거둬들인 돈은 약 1조5000억원.삼성전자가 적어낸 손해배상액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왜 손해보상금을 1억원으로 써냈을까?

법조계에선 그 이유를 특허침해 사건에선 구체적인 피해액을 단기간에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허 침해가 어느 정도인지,해당 제품이 얼마나 팔렸는지,어느 정도의 피해를 봤는지를 입증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특허침해 소송에 들어갈 때 아무리 규모가 큰 사건이라 할지라도 일단 1억원 정도로 소송가액을 잡아놓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소장에 "구체적인 피해액을 집계해 최종 금액을 추후에 제시하겠다"는 단서를 달아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민사소송법(262조 청구의 변경)은 소송당사자에게 주장하는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않는 한도 내에서 변론을 마칠 때까지 손해배상액(청구의 취지)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소송이라고 해서 구체적인 피해액을 모르는 마당에 처음부터 소송가액을 수십억~수백억원으로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삼성전자 · 애플 건은 제3자인 회계법인을 통해 구체적인 이익액이나 매출액을 산정토록 해 손해배상액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송가액이 적으면 인지세를 아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인지세는 소송을 낼 때 법원에 내는 돈으로 소송가액의 0.5~1%.소송가액을 수백억원으로 높이면 그만큼 부담이 커진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