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매각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버스터미널들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매각리스트에 함께 오른 자회사들 중 유독 금호터미널의 처리 방향에 대해 참여업체들의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통운 인수전이 롯데 포스코 CJ의 각축 속에 다음달 13일 본입찰,16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이어 오는 6월 말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대한통운과 함께 매각되는 자회사는 모두 4곳.대한통운이 지분 50%를 소유한 금호리조트와 100%를 가진 금호터미널 아시아나공항개발 아스공항 등의 비상장회사들이다.

금호 측은 금호리조트를 제외하고 나머지 자회사들은 금호가 다시 매입할 수 있도록 '우선매수 청구권' 행사를 채권단과 인수참여업체들에 요청한 상태다. 아시아나공항개발과 아스공항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지만 문제는 금호터미널이다. 포스코와 CJ는 금호의 제안에 "인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반색했지만 롯데가 '버스터미널은 안 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가장 당혹스러운 쪽은 금호산업이다. 금호산업은 "고속버스사업에 터미널시설은 필수"라며 "터미널을 매각한 뒤 임대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돼 워크아웃 조기 졸업의 꿈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포스코와 CJ도 롯데의 태도에 긴장하고 있다. '버스터미널이라는 돌발변수로 인수가격만 오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금호터미널 문제가 불거지면서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 롯데다. 유통업에 뿌리를 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금호가 운영 중인 터미널은 광주 대구 전주 목포 여수 등 전국 18곳이다. 2008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대한통운에 넘긴 금액으로 볼 때 자산가치는 2000억원 정도로 업계에선 추산하고 있다. 이들 터미널은 모두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 대형유통점이 입점하기에 걸림돌이 별로 없는 곳들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가 보다 과감한 베팅에 나서게 될 것'이란 관측을 한다. 채권단 일각에서도 '롯데 대세론'에 힘을 실어준다.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나서 '반드시 성사시키라'고 독려하면서 총력전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롯데의 부각으로 신세계백화점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신세계백화점 중 유일한 현지법인인 ㈜광주신세계가 광주터미널에 세들어 있어서다. 금호터미널이 롯데로 인수되면 광주신세계는 20년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4년 후(2015년) 점포를 비워줘야 한다. 광주신세계는 2006년 1050억원을 들여 백화점과 지하통로로 연결된 직영 이마트를 개설했다.

하지만 건물 소유주가 롯데로 바뀌면 직영 이마트 운영은 물론 향후 투자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세계백화점도 한때 대한통운 인수 참여를 검토했고 금호 측에 백화점 건물 매각을 타진하기도 했다. 광주신세계 관계자는 "입찰의 향방에 백화점의 운명이 달렸다"고 말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