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을 한·일·독 3국에만 제소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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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2일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자사의 통신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을 비롯 일본 독일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애플이 자사에 제기한 소송과 관련 "못이 튀어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라고 밝힌 지 단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취한 조치다.
그러나 삼성은 정작 애플의 본사가 있는 미국을 뺐다.
왜일까?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법적 절차가 비교적 까다롭지 않은 3개국에서 우선 진행하는 것 뿐, 미국을 제외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측은 애플이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기 때문에 일의 순서상 먼저 이에 대한 대응 절차를 밟고 '시간을 두고' 법적인 맞대응을 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조만간 미국 법원에도 소장이 들어갈 계획이란 얘기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미국에 소장을 낼 명확한 시간을 적시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삼성이 미 법원에 즉각 소장을 제출하지 않는 것을 두고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이 애플에 대해 대응은 하지만 그 싸움의 양상을 전면전으로 확대하는 것을 원치않는다는 것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양사는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을 필요로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이번 법적 공방은 '전면전'보다는 '국지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은 올해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이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로부터 78억달러(8조6000억원) 상당의 부품을 사들여 60억달러 가량을 구매할 것으로 보이는 소니를 처음으로 제치게 된다는 것.
삼성은 애플과의 관계가 급격히 틀어지면 최대 구매자를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삼성은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두뇌에 해당하는 'A4' 칩의 유일한 공급 업체다.
최근 애플의 실적 발표에서 나타났듯 아이패드의 수요 급증과 일본발 부품 공급 차질로 물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과의 전면전을 벌이기 어렵다는 풀이다.
노 애널리스트는 이어 애플 측도 입장은 삼성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팀 쿡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최근 자사의 컨퍼런스콜에서 '삼성과의 파트너 관계가 계속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며 "애플 측은 삼성의 완제품에 대해서만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양사가 제기한 소송은 '통신표준'과 '완제품'으로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견제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삼성의 행보는 '시간 끌기'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애플이 소장에서 현금 보상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만큼, 삼성은 '애플이 튀어나온 못을 때리면 우리도 망치 든다'는 강경 자세로 나올 가능성도 있고,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모든 것이 노 코멘트"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