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은행株, 강세장 '외톨이'…언제 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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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 시가총액 비중이 상당한 은행주가 시장에서 소외된 모습이다.
저축은행의 부실을 최근 시중은행이 모두 떠안는 모양새여서 일부 기관투자자는 "당분간 은행주는 쳐다보지 않기로 했다"는 극단적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오전 11시 44분 현재 하나금융지주가 전날보다 1400원(3.04%) 내린 4만460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비롯, KB금융(-2.37%) 신한지주(-1.37%) 기업은행(-1.10%) 우리금융(-1.08%) 등 대부분의 은행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KRX금융 업종 지수는 2% 가까운 낙폭을 보이고 있다. KRX금융 업종 지수는 지난 4일 1022로 고점을 찍은 뒤 13거래일 만에 10% 가량 떨어졌다.
은행주의 이같은 부진은 최근 불거진 저축은행 문제 탓이 크다.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은행 주가에 직접적 타격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은행 주가 간 상관관계를 잘 이해하기 위해선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의 본질을 살필 필요가 있다.
저축은행은 최근 몇 년 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해왔다. 5000만원 한도의 예금자 보호와 높은 금리를 무기로 저축은행은 시중 자금을 흡수했고,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PF 대출 확대에 주로 활용했다. 부동산 경기 활황기에 PF 대출로 많은 돈을 번 저축은행은 마구잡이 식으로 PF 대출을 늘렸다.
이 PF 대출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진 이후다.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꺽이자 여기저기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한 것이다. PF 대출 중 상당액이 대규모 아파트 건설에 투입됐기 때문에 PF에도 부실이 대거 발생하기 시작했다. PF 대출은 일반적으로 시행사가 일으키지만 보증은 건설사가 서주기 때문에 PF 부실은 건설사의 유동성 악화로까지 이어졌다.
저축은행은 부랴부랴 PF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이는 비교적 사업성이 괜찮은 PF 사업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급기야 대기업 계열의 건설사까지 무너졌다. 올 들어 효성의 자회사 진흥기업, LIG그룹의 LIG건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정부가 적극 개입한 것은 이때부터다. 올 2분기 PF 만기가 집중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는 은행권에 부실 PF 처리를 위한 '배드뱅크'(bad bank) 설립을 최근 제안했다. 이 '배드뱅크'는 우선적으로 은행의 부실 PF 대출채권을 매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은 '배드뱅크'가 저축은행의 PF 처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캠코(KAMCO·한국자산관리공사)와 같은 부실 채권 인수 기관이 기존에 있는데도 '배드뱅크'를 굳이 설립한 것은 저축은행 부실을 전가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은행의 팔을 비틀어 부실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것을 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PF 부실까지 떠안을 경우 저축은행 문제는 곧 은행의 문제와 같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주가에 가장 큰 악재가 '불확실성'이란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굳이 은행주를 사야 하는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 기관 투자자들은 은행주를 '버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유ㆍ화학, 자동차, IT(정보기술) 등 잘 나가는 주식이 있는데 정책 리스크가 큰 은행주를 굳이 편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은행 업종에 대한 증권사의 공식적인 의견이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실제 해당 애널리스트의 뷰(시각)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며 "저축은행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으면 은행주가 주도주로 부각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주이익 보호를 내세워 은행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비용 분담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정부 역시 은행권의 반발을 의식해 소극적이 될 경우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은 지연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은행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더욱 늘어난다"고 말했다.
서 애널리스트는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정부가 실기할 경우 구조조정이 2년 이상 지연되면서 이전보다 60% 이상 부실채권이 증가한 이전 사례처럼 부실자산이 이번에도 급증할 수 있다"며 "나아가 뱅크 런 사태로까지 확산돼 부실이 서민 금융기관과 가계부채로까지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저축은행의 부실을 최근 시중은행이 모두 떠안는 모양새여서 일부 기관투자자는 "당분간 은행주는 쳐다보지 않기로 했다"는 극단적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오전 11시 44분 현재 하나금융지주가 전날보다 1400원(3.04%) 내린 4만460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비롯, KB금융(-2.37%) 신한지주(-1.37%) 기업은행(-1.10%) 우리금융(-1.08%) 등 대부분의 은행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KRX금융 업종 지수는 2% 가까운 낙폭을 보이고 있다. KRX금융 업종 지수는 지난 4일 1022로 고점을 찍은 뒤 13거래일 만에 10% 가량 떨어졌다.
은행주의 이같은 부진은 최근 불거진 저축은행 문제 탓이 크다.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은행 주가에 직접적 타격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은행 주가 간 상관관계를 잘 이해하기 위해선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의 본질을 살필 필요가 있다.
저축은행은 최근 몇 년 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해왔다. 5000만원 한도의 예금자 보호와 높은 금리를 무기로 저축은행은 시중 자금을 흡수했고,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PF 대출 확대에 주로 활용했다. 부동산 경기 활황기에 PF 대출로 많은 돈을 번 저축은행은 마구잡이 식으로 PF 대출을 늘렸다.
이 PF 대출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진 이후다.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꺽이자 여기저기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한 것이다. PF 대출 중 상당액이 대규모 아파트 건설에 투입됐기 때문에 PF에도 부실이 대거 발생하기 시작했다. PF 대출은 일반적으로 시행사가 일으키지만 보증은 건설사가 서주기 때문에 PF 부실은 건설사의 유동성 악화로까지 이어졌다.
저축은행은 부랴부랴 PF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이는 비교적 사업성이 괜찮은 PF 사업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급기야 대기업 계열의 건설사까지 무너졌다. 올 들어 효성의 자회사 진흥기업, LIG그룹의 LIG건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정부가 적극 개입한 것은 이때부터다. 올 2분기 PF 만기가 집중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는 은행권에 부실 PF 처리를 위한 '배드뱅크'(bad bank) 설립을 최근 제안했다. 이 '배드뱅크'는 우선적으로 은행의 부실 PF 대출채권을 매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은 '배드뱅크'가 저축은행의 PF 처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캠코(KAMCO·한국자산관리공사)와 같은 부실 채권 인수 기관이 기존에 있는데도 '배드뱅크'를 굳이 설립한 것은 저축은행 부실을 전가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은행의 팔을 비틀어 부실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것을 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PF 부실까지 떠안을 경우 저축은행 문제는 곧 은행의 문제와 같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주가에 가장 큰 악재가 '불확실성'이란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굳이 은행주를 사야 하는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 기관 투자자들은 은행주를 '버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유ㆍ화학, 자동차, IT(정보기술) 등 잘 나가는 주식이 있는데 정책 리스크가 큰 은행주를 굳이 편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은행 업종에 대한 증권사의 공식적인 의견이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실제 해당 애널리스트의 뷰(시각)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며 "저축은행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으면 은행주가 주도주로 부각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주이익 보호를 내세워 은행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비용 분담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정부 역시 은행권의 반발을 의식해 소극적이 될 경우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은 지연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은행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더욱 늘어난다"고 말했다.
서 애널리스트는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정부가 실기할 경우 구조조정이 2년 이상 지연되면서 이전보다 60% 이상 부실채권이 증가한 이전 사례처럼 부실자산이 이번에도 급증할 수 있다"며 "나아가 뱅크 런 사태로까지 확산돼 부실이 서민 금융기관과 가계부채로까지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