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연이은 집단행동으로 본업에 소홀한 외환은행에 조속히 영업을 정상화시키라고 '경고 공문'을 보냈다. 외환은행 직원들이 하나금융지주의 인수를 반대하며 연일 집회나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각종 금융사고가 빈번해질 수 있다고 보고 사고 예방에 나섰다.

◆금융당국 '금융사고 예방'공문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외환은행에 정상적인 영업과 금융사고 방지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고 21일 말했다. 외환은행이 하나금융 인수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전 직원이 돌아가면서 100만번 절을 하는 '100만배 투쟁'을 벌이는 등 전국에서 집회와 시위가 계속돼 정상적인 영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외환은행 측은 직원들이 연차휴가를 통해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대규모 시위가 여러 달째 지속되면서 외환은행 고객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공문에서 "지배구조의 미래가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금융사고에 유의해야 하고 자체적인 건전성 관리와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 영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외환은행에 주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통 금융사고가 드러나는 시점은 발생한 날로부터 수년이 흐른 뒤"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이미 금융사고가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고객피해 심각

금융당국이 공문을 통해 외환은행에 정상 영업에 나서라고 촉구한 것은 외환은행의 일부 직원들이 고객을 외면한 채 영업보다는 시위에 앞장서면서 경영성과나 여러 가지 건전성 수익성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 간 인수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이후 줄곧 길거리로 나와 투쟁에 나서고 있다. 100만인 서명운동,거리선전전,관공서 앞 시위 등에 이어 다음주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대주주 론스타에 대한 수시적격성 심사 발표를 앞두고 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할 경우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작 외환은행 고객들이 가장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한 고객은 "점포마다 과격한 내용의 시위 대자보가 붙어있어 들어가기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외환은행 고객들이 점차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은행의 기업대출잔액은 지난 3월 중 4287억원가량 줄었다. 가계대출 역시 989억원 감소했다. 일부 예금고객도 동요해 3월 중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에서 총 6078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수 · 합병(M&A) 등 지배구조가 불안정한 상황 이후에는 큰 금융사고가 터졌다"고 우려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