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05년 이전 준공해 분양전환한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분양가)을 과다 책정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부당하게 높게 책정한 분양가와 적정가격 간 차액을 임차인(입주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확정 판결함에 따라 2005년 3월 이전 준공된 임대아파트를 분양 전환한 입주자들의 줄소송이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서모씨(40) 등 입주자 71명이 "잘못된 가격 책정으로 부당하게 챙긴 이득을 돌려달라"며 LH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21일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LH는 입주자 1인당 800여만원,총 5억7000여만원을 돌려주게 됐다.

사건의 쟁점은 분양전환가격 책정 기준이었다. 광주광역시에 주공아파트를 지은 LH(당시 대한주택공사)는 2000년 서씨 등에게 임대아파트를 분양했고,임대의무기간 5년이 지난 2007년 분양가를 통보했다.

그러나 서씨 등 일부 입주자들은 LH가 택지비와 건축비를 기준보다 높게 책정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관련 법령에 따르면 임대용 공공택지의 경우에는 LH가 자체 개발한 토지라 해도 택지조성원가의 80%로 택지비를 산정해야 하는데,LH는 당시 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격에 관련된 건설부(현 국토해양부) 고시에 따라 택지조성원가를 100% 적용했다는 것.

또 다른 쟁점은 역시 당시 법령상 실제 건축비를 근거로 건설원가를 산정했어야 하는데 LH는 건설교통부장관 고시의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을 상세히 규정한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이 있는데도 LH 등 임대사업자가 이를 지키지 않고 법령보다 하위체계인 장관 고시 등에 따라 분양가를 책정했다면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임대주택법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분양가 산정 기준은 강행규정이므로 이를 어기고 분양가를 책정해 분양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무효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법조계와 부동산업계는 LH가 약 3만가구에 600억~700억원을 돌려줘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소송 과정에서 택지조성비와 실제 건축비 등이 모두 공개되는 점을 이용,단체 소송을 통한 원가공개 압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이 제기한 유사 소송은 총 10건으로 원고인단 수는 총 352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LH 측은 "1999~2005년 3월 사이 준공된 주택 중 택지가 자체 개발된 경우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 분양전환가격

임대주택건설 사업자가 아파트를 입주자에게 분양전환할때 적용하는 가격.임대주택은 LH와 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짓는 공공임대아파트와 주택업체들이 건설하는 민간임대아파트가 있다. 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격은 그동안 몇 차례 변경돼 왔다. 현재는 임대아파트 공급시 분양가를 확정하지 않을 경우 분양전환시점 감정가의 90% 선이다.


이고운/조성근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