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퍼주기식 정치에 제동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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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복지에 재정파탄 불 보듯
멀리보는 소신정책 펼쳐야
멀리보는 소신정책 펼쳐야
우리나라는 2030년께면 주요 8개국(G8)이 될 희망이 있는 나라다. 혹자는 싱가포르를 극찬하지만 우리는 이 나라가 가지지 못한 선진화에 필요한 두 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 외국자본과 외국기술에 의존한 싱가포르와 달리,한국에는 애플 도요타 등 글로벌 챔피언과 자체 기술력으로 맞짱을 뜨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단단한 국민기업들이 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민주화를 하지 않고 선진화에 성공한 나라가 없다는 교훈을 생각할 때,아직도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그들과 달리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선진화의 발목을 잡을 두 개의 복마전이 있다. 북핵과 재정파탄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도 문제지만,재정파탄은 지금 우리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할 무서운 시한폭탄이다. 지난주 S&P가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미국 국채의 신용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가 진짜 우려하는 것은 국내총생산(GDP)의 8%에 이른 1조2300억달러의 재정적자 규모 그 자체가 아니라,이를 어떻게 개선시킬지에 대해 '미국의 정책결정자,즉 행정부와 의회(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지진으로 엉망진창이 된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GDP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돈을 퍼부어야 하는데,국가부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일본 정부에 그런 돈이 없다고 한다. 국제사회가 걱정하는 것은 이번 대지진에서 보여준 정치지도자의 흔들리는 리더십과 관료들의 매뉴얼 지상주의에서 보듯이 재정적자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일본 스스로가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소신 있는 일본 장관과 엘리트 관료들이 정치권의 압력에 저항하며 정부의 돈주머니를 잘 관리했는데,언젠가부터 그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니 재정을 이 지경으로 파탄시켰다. 도쿄에서 만난 저명한 대학교수의 한탄이다.
전국 방방곡곡에 세우겠다는 혁신도시들,각종 지역안배형 국책사업,무상급식 같은 퍼주기식 복지,그리고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이들은 언젠가 우리 재정을 확실히 파탄 낼 화약고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열차는 이 화약고를 싣고 이삼십년 후면 탈선이 뻔한 궤도를 질주하고 있다.
누군가가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국익보다는 지역안배에 매달린 국민의 세금 축내기에 제동을 걸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삼권분립 제도를 만든 근대 민주주의의 창시자들은 입법부의 기능을 행정부의 전횡을 견제하는 데 두었지,정치인이 달콤한 사탕을 국민에게 물려주며 국가 재정을 거덜 내는 소위 '퍼주기식 민주주의의 딜레마'를 예측하지 못했다.
아무리 국가발전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도 4년마다 찾아오는 선거를 위해 지역이익을 무시할 수 없지만,대통령이나 엘리트 관료들은 국가의 앞날을 좀 더 길고 넓게 볼 수 있다. 따라서 때론 국익을 위해서라면 대통령과 장관들은 정치권에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소신을 말할 수 있는 건전한 정치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장관 자리에 앉으려면 우선 청문회에서부터 의원들로부터 흠씬 두들겨 맞고,국정감사 때 여의도에 거의 붙어살아야 하는 것은 물론 혹시라도 의원님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국민의 대표를 우습게 봤다며 괘씸죄로 곤욕을 치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나라의 재상(宰相) 정도 되면 옳다고 믿는 정책을 밀어붙일 배짱과 소신 정도는 있어야 하고,대통령은 장관과 엘리트 관료들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국가재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안세영 < 서강대 교수·경제학 >
하지만 우리에게도 선진화의 발목을 잡을 두 개의 복마전이 있다. 북핵과 재정파탄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도 문제지만,재정파탄은 지금 우리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할 무서운 시한폭탄이다. 지난주 S&P가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미국 국채의 신용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가 진짜 우려하는 것은 국내총생산(GDP)의 8%에 이른 1조2300억달러의 재정적자 규모 그 자체가 아니라,이를 어떻게 개선시킬지에 대해 '미국의 정책결정자,즉 행정부와 의회(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지진으로 엉망진창이 된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GDP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돈을 퍼부어야 하는데,국가부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일본 정부에 그런 돈이 없다고 한다. 국제사회가 걱정하는 것은 이번 대지진에서 보여준 정치지도자의 흔들리는 리더십과 관료들의 매뉴얼 지상주의에서 보듯이 재정적자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일본 스스로가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소신 있는 일본 장관과 엘리트 관료들이 정치권의 압력에 저항하며 정부의 돈주머니를 잘 관리했는데,언젠가부터 그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니 재정을 이 지경으로 파탄시켰다. 도쿄에서 만난 저명한 대학교수의 한탄이다.
전국 방방곡곡에 세우겠다는 혁신도시들,각종 지역안배형 국책사업,무상급식 같은 퍼주기식 복지,그리고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이들은 언젠가 우리 재정을 확실히 파탄 낼 화약고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열차는 이 화약고를 싣고 이삼십년 후면 탈선이 뻔한 궤도를 질주하고 있다.
누군가가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국익보다는 지역안배에 매달린 국민의 세금 축내기에 제동을 걸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삼권분립 제도를 만든 근대 민주주의의 창시자들은 입법부의 기능을 행정부의 전횡을 견제하는 데 두었지,정치인이 달콤한 사탕을 국민에게 물려주며 국가 재정을 거덜 내는 소위 '퍼주기식 민주주의의 딜레마'를 예측하지 못했다.
아무리 국가발전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도 4년마다 찾아오는 선거를 위해 지역이익을 무시할 수 없지만,대통령이나 엘리트 관료들은 국가의 앞날을 좀 더 길고 넓게 볼 수 있다. 따라서 때론 국익을 위해서라면 대통령과 장관들은 정치권에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소신을 말할 수 있는 건전한 정치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장관 자리에 앉으려면 우선 청문회에서부터 의원들로부터 흠씬 두들겨 맞고,국정감사 때 여의도에 거의 붙어살아야 하는 것은 물론 혹시라도 의원님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국민의 대표를 우습게 봤다며 괘씸죄로 곤욕을 치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나라의 재상(宰相) 정도 되면 옳다고 믿는 정책을 밀어붙일 배짱과 소신 정도는 있어야 하고,대통령은 장관과 엘리트 관료들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국가재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안세영 < 서강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