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19일(현지시간) 비록 장중이지만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500달러를 돌파했다. 일본 대지진,중동 · 북아프리카 정정 불안,유럽 재정위기,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국제 정세의 불안정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안전자산인 금에 자금이 몰리고 있어서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9일 금 6월물 가격은 장중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달러를 넘어서 온스당 1500.5달러까지 올랐다가 결국 149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장외 거래에서도 금값은 1501.8달러까지 치솟아 또다시 최고가를 경신했다. 금값은 1년 새 32% 올랐다.

최근 달러 약세가 금값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19일 달러인덱스는 74.974를 기록해 전년 대비 7.4%,연초 대비 5.2%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973년 3월을 기준(100)으로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크로네 프랑 등 6개 통화에 대비한 달러의 가치를 나타낸 지수다.


미국 달러를 주거래 통화로 삼고 1온스당 35달러로 환율을 고정시켰던 브레턴우즈 체제가 1973년 폐지된 이후 기축통화인 달러로 결제되는 금값과 달러 가치는 전형적인 반비례 양상을 보여왔다. 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투자자들은 달러를 내다팔고 실물자산인 금으로 갈아탔다.

1980년 1월21일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금값이 온스당 847달러까지 오르자 달러인덱스는 85.7까지 떨어졌다. 2008년 3월14일 금융위기로 금값이 1002달러로 처음 1000달러를 넘어섰을 때도 달러인덱스는 71.657로 하락했다.

달러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금값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정부부채가 14조달러를 넘어서 채무한도(14조3000억달러)에 육박한 데다 지난 1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마이클 펜토 유로퍼시픽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년 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 및 달러 약세를 의미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금과 은 같은 귀금속을 대체 통화로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귀금속 컨설팅업체 GFMS 측은 "1980년 당시 금값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추산하면 온스당 2300달러에 해당되기 때문에 지금 금값을 가장 비싸다고 할 수 없다"며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