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주들이 '인텔 효과'에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IT주들은 그동안 2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도 수요에 대한 우려로 크게 오르지 못했지만 인텔의 긍정적인 향후 전망이 이같은 우려를 덜어내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오전 10시27분 현재 전기전자업종지수는 전날보다 3.25% 이상 오른 8779.06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1.21% 오른데 이은 이틀째 강세다.

종목별로는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3% 가량 오르면 나흘만에 90만원대를 회복했다. 하이닉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테크윈 등도 3~5% 가량 오르는 강세다.

인텔이 1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과 함께 향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 이들 종목의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인텔은 19일(현지시간)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9% 상승한 31억6000만달러(주당 56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46센트를 웃도는 호실적이다. 매출은 25% 증가한 128억달러다. 인텔은 2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의 2분기 예상 매출액은 123억~133억달러로 전문가들 예상치인 119억달러를 웃돌았다.

IT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인텔의 긍정적인 전망이 수요부진에 대한 우려를 덜어준 것으로 평가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가가 부진했던 것은 수요 우려 부분이었는데, 인텔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그 부분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인텔의 1분기 실적이 잘 나온 것도 잘나온 것이지만 향후 가이던스를 잘 주다 보니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IT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IT주로의 순환매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IT주가 반등하면서 업종별 순환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자동차와 화학 업종이 끌어올린 지수를 IT주가 슬슬 '바통 터치'해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동차와 화학 업체들의 경우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어 주도주로서의 매력은 여전하다는 것. 다만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IT주가 2분기 턴어라운드 기대에 상승 시동을 건 만큼 향후 주가상승 탄력이 더 뛰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곽 연구원은 "이날 IT주 상승에 따라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또 다시 경신했지만 2분기 2270선까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며 "2007년 국내 주요 170개 업체들의 총 순이익이 54조원였던 반면 올해는 100조원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전기전자 업종 비중을 낮췄던 기관의 비중확대가 지속될 전망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기관들은 전반적으로 기술주 비중을 낮췄었다"며 "점차 기술주 비중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관은 전날 전기전자업종을 608억원 어치 순매수한데 이어 이날도 1756억원 어치를 사들이고 있다. 기관은 지난달 17일 이후 지난 15일까지 전기전자업종을 1조6583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이동근 흥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많이 쉬었다"며 "LG디스플레이가 2분기 이후 전망을 좋게 하면서 IT주들에 대한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IT, 운송, 화학이 주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아직 업종별 순환매를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재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인텔 실적발표를 통해 PC 수요가 부진했을 것이란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며 "그간 부진했던 IT(정보기술)주가 반등한 것은 인텔 효과 덕분"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인텔 효과'가 큰 만큼 아직 IT주의 주도주 복귀를 타진할 만한 시점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배 연구원은 "자동차와 화학 업종에 몰리던 외국인 매수세가 IT로 흘러가고는 있지만 아직 강하지 않다"며 "자동차와 화학주는 오버슈팅이 나올 수 있는 구간인 반면 IT주는 아직 확신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정형석·김효진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