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 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기축통화국을 상대로 한 유례없는 조치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결하려는 미 정부의 의지가 불확실하다는 게 S&P의 진단이다. S&P가 세계 최대 경제국에 자명종(wake-up call)을 울렸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영국은 심각한 경기침체에도 긴축재정을 강행하고 있고 프랑스도 재정건전화 정책을 추진하는 데 반해 민주 공화 양당은 정쟁에 빠져 재정 건전화 해결에 대한 합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S&P의 설명이다. 미국의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1조5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부채 역시 바로 다음달인 5월이면 상한선인 14조3000억달러가 뚫릴 것으로 전망된다. 6000억달러를 푼 2차 양적완화정책이 끝나는 시점인 6월에는 세계 경제가 한 차례 요동을 칠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당장 다급한 적신호를 보이는 긴급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S&P의 이번 조치에는 나름의 정치적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적지 않다. 보수 성향의 출판사 맥그로 힐을 대주주로 하는 S&P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대비, 오바마 정권에 압박을 가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 실제로 미 공화당은 미 행정부가 지출 삭감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줄곧 비난해왔다.

미국 신용의 강등은 세계의 모든 채권국들에도 재앙이다. 바로 이점이 미국경제가 갖는 특수성이다. 어떻든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결코 좋은 소식이 될 수 없다. 글로벌 경제가 균형을 맞춰 간다는 소위 불변의 셈법(inexorable arithmetic)은 엄연히 존재한다. 미국의 적자가 축소되면 다른 국가들의 흑자도 축소된다. 그동안 글로벌 불균형으로 인한 반사적 이익을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등이 받아왔다. 미국이 이번 조치에 자극 받아 당장 긴축 모드로 돌아서는 것은 모든 국가들에 좋지 않다. 환율 변동성에 취약한 원화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내 정세에 주목할 때다. 오바마 재선 출마 공식 선언 이후 정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고 이는 우리에게도 여파를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