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대책 컨트롤타워였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공식 해산을 선언한 지난달 31일.기자는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의 동물방역 업무를 맡은 담당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개월간 전국을 뒤흔든 구제역 사태 동안 부족한 점이 없었나"라는 질문에 그는 "농식품부는 항상 잘해왔기 때문에 미진했던 점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 농식품부는 이달 초 시 · 군 단위의 가축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한 데 이어 지난 13일엔 구제역 경보단계도 '경계'에서 '주의'로 낮췄다. 지난달 22일 이후 3주 동안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 사실상 구제역이 종식됐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지난 17일 경북 영천 돼지농장에서 다시 구제역이 발병하면서 농식품부의 이런 선언은 공염불로 돌아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던 단언이 3주 만에 뒤바뀐 것이다. 그는 "이번 구제역 재발은 농장주가 백신을 잘못 접종한 데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농장주에게 책임을 돌려버리려는 듯한 발언도 했다. 돼지 백신을 접종할 때 지방 함유량이 적은 목 부위에 주사를 놓아야 하는데,농장주가 실수로 다른 곳에 주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었다.

전문가들은 '구제역 상황 끝'을 선언하려면 6개월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람이 감기에 걸렸을 때 바이러스가 일정 기간 남아있듯이 구제역 바이러스가 완전히 없어지려면 최소 6개월이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들도 최근까지 "구제역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해왔다. '사실상 구제역 종식'을 선언한 농식품부가 방역시스템 이완을 조장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후반기 이후 초대형 구제역 사태를 거치며 "안이한 초기 대응으로 전국 확산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초기 대응 미숙에다 이제 뒤처리에서도 섣부른 결론을 내렸다가 입장이 어렵게 됐다. 거듭된 헛발질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