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주택개발 사업승인을 받고도 2년 이상 착공 · 분양을 못하고 있는 사업지들이 쌓이고 있다. 2007년 이후 부동산시장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분양시장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신규사업장들도 타격이 클 것"이라며 "이로 인해 경영난에 봉착하는 건설 · 시행사들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승인 후 2년 지나도 착공 못해

경기 용인시 마북동에는 2007,2008년 사업승인을 받고 나서 아직까지 착공하지 못한 사업지가 3곳이나 된다. 시행사인 캐비드는 2008년 11월 아파트 241가구를 짓기 위해 사업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분양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STX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할 계획이지만 시장환경이 나빠 분양일정이 늦춰져 왔다. STX건설 관계자는 "당초 중대형 아파트로 계획했다가 다시 중소형으로 변경해 분양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더모어와 청솔건설 등 시행사도 마북동 일대에 각각 100가구 안팎의 아파트 사업승인을 받았지만 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시행사인 IH주택건설도 2009년 초 포곡읍에서 아파트 인 · 허가를 마쳤지만 부동산경기 침체를 이유로 올 연말까지 착공을 연기했다.

평택에도 두 개의 사업지가 사업승인 후 분양과 착공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슬기솔건설은 2007년 10월 신장동에 658가구로 인 · 허가를 받았지만 미분양을 우려해 사업승인 연장 신청을 했다. 안중읍에서도 2008년 2개 단지(1800가구)가 대규모 아파트 사업승인을 받았지만 분양이 미뤄지고 있다.

수도권 동북부의 대표 거주지인 경기 남양주에도 표류하는 사업지들이 적지 않다. 시행사인 아시아디앤씨는 와부읍에 2008년 10월 1810가구의 사업승인을 받고 2년이 흘렀지만 착공을 못하고 있다. 대주건설은 화도읍에서 280가구의 아파트를 짓기로 했으나 기업신용평가 이후 퇴출 등급을 받아 사업 진행이 정지됐다. 한국토지신탁과 한성건설도 각각 화도읍(168가구),도농동(67가구)에서 인 · 허가를 받았으나 아직까지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착공 미뤄지는 현장 늘어날 듯

현행 주택법에서는 사업승인 이후 2년 안에 공사를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 · 시공사 등 사업주체는 천재지변,소유권 분쟁,문화재 발굴,부동산경기 침체 등의 이유가 있을 때 사업승인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연장을 요구하면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는 사업승인의 효력이 유효하다.

하지만 일부 사업지는 이해관계자 간 대립과 지역주민 민원이 얽히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사업지연으로 금융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져 사업성마저 불투명해지고 있어서다.

경기 용인시 주택과 관계자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사업승인을 연장해 주고 있지만 장기간 방치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사업승인을 받고 분양을 못하는 사업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2년 미만의 사업승인 현장들도 분양에 자신이 없어서 장기표류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며 "나중에는 신규 주택공급 감소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