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金 240억 어치 왜 사냐구요?…IT부품 특수 도금해 전기 돌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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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탐구 - 황재익 제이미크론 대표
25년 도금 외길…年매출 400억, 먼지ㆍ냄새ㆍ폐수없는 '3無' 실현
직원들에 대학 학비 전액 지원…인재 키우는 회사 '본보기'로
전체 생산라인 자체 디자인…中 등에 생산관리 노하우 전수
25년 도금 외길…年매출 400억, 먼지ㆍ냄새ㆍ폐수없는 '3無' 실현
직원들에 대학 학비 전액 지원…인재 키우는 회사 '본보기'로
전체 생산라인 자체 디자인…中 등에 생산관리 노하우 전수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백일잔치나 돌잔치에 금반지를 선물하기도 부담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반월공단의 제이미크론은 이런 금을 올해 약 240억원어치나 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무슨 금을 그렇게 많이 살까. 직원 선물을 위한 것은 물론 아니다. 이 회사가 사용하는 금은 화학금으로 도금의 중요한 재료다. 금은 전기 · 전자제품의 탁월한 접촉 및 통전성을 극대화하는 데 쓰인다. 반도체,정보기술(IT) 제품,휴대폰,노트북컴퓨터 등 전자제품은 수많은 부품으로 이뤄진다. 이들이 전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커넥터나 케이블 리드프레임이라는 연결 부분을 통해서다. 전기가 흘러야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제이미크론은 이들 커넥터나 리드프레임 등에 도금을 하는 업체다. 커넥터는 전자부품 상호간에 영상신호나 음성신호 데이터 전송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량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이 회사는 휴대폰 및 TFT-LCD,PDP,정보가전 제품용 커넥터에 도금을 한다. 케이블은 전기장치 연결에 쓰이는 부품으로 이 중 전자제품의 경박단소화에 맞춰 작고 가벼우며 대용량의 정보를 보낼 수 있는 FFC케이블에 대한 도금을 하고 있다. LED 리드프레임에 백색휘도를 극대화하는 은도금도 하고 있다.
이 회사 생산공정은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는 특수 표면처리에 속한다. 전기분해 원리에 의해 제품 표면에 0.1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아주 얇은 금속층을 형성시킨다. 이때 사용하는 주재료가 바로 화학금이다.
공장 안에 들어서면 무려 55m에 이르는 생산라인이 줄지어 서 있지만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자동화돼 있기 때문이다. 도금공장에는 일반적으로 도금액이 보이지만 이 회사의 생산라인은 밀폐된 회로를 타고 흐르기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냄새도 나지 않는다.
라인 양쪽 끝에는 영사기처럼 생긴 커다란 릴(Reel)이 설치돼 있다. 한쪽 릴에 감긴 얇은 리드프레임이 생산라인을 타고 흐르는 동안 자동으로 표면처리되는 것이다. 이 라인은 회사가 직접 개발한 것이다. 회사 내 대부분의 작업장은 청정공간이다.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폐수는 지하에 설치한 '폐수 무방류 재활용 시스템(CLRS · Closed Loop Waste Water Recycling System)'을 이용해 다시 생산용수로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생산기술연구원과 손잡고 개발한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기술개발 덕분에 국내외 간판급 전자 · 전기업체들이 이 회사와 거래하고 있다. 몇몇 대기업은 직원을 보내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단체로 견학을 온다. 제이미크론은 2010년부터 이러한 생산설비와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직접 제작 ·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국내외 기업과 활발하게 상담 중이다. 도금 생산설비를 판매한 후 생산관리 노하우와 양산기술까지 교육해주고 있다.
황재익 대표(66)는 "특히 중국 기업들은 점차 환경규제가 강해짐에 따라 이 회사의 폐수 무방류 재활용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이런 성과를 일군 것은 황 대표의 집념에 따른 것이다. 서울대 문리대를 나와 아남산업에 근무했던 황 대표는 1986년 부평에서 창업했다. 이후 남동공단을 거쳐 반월로 왔다. 무엇보다 인재 양성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해 창업 초기부터 다양한 분야의 사내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도금업체는 누구나 입사하길 꺼린다. 작업환경이 열악한 탓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쾌적한 작업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자동화한 친환경 생산라인과 폐수 무방류 재활용 시스템을 개발했다.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연구소를 운영하고 기술개발에 전력투구한 결과다. 150여명에 이르는 전 직원의 10%가 넘는 18명이 연구소에서 근무한다.
연구소장은 한양대 공대 출신의 황화익 전무(61)가 맡고 있으며 박중무 감사(65)는 서울대 공대 출신이다. 황 전무는 생산기술연구원 청정기술센터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고 박 감사는 삼성전자를 거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보기술연구본부장을 지냈다.
직원을 우수 인재로 키우기 위해 대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장기근속자에게는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이에 따라 인근 산업기술대나 한양대 등에 다니거나 졸업한 직원들도 여러 명에 달한다. 영어 일어 중국어 교육도 외부 강사를 초빙해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먼 곳에서 출퇴근하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회사 근처인 안산역 맞은편에 기숙사를 마련했다. 수용 가능 인원은 130명에 이른다.
이제는 연매출이 400억원(작년 기준, 올 목표는 600억원)에 이르는 굴지의 뿌리산업체로 성장했지만 아직도 여느 중소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중 가장 힘든 게 인력 확보다. "시설이 좋고 환경이 우수해도 뿌리산업체에는 젊은 인재들이 무조건 오지 않는다"고 황 대표는 하소연한다. 아무리 광고를 내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직원들을 통한 연고 채용으로 필요한 인원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근무해 보니 괜찮다는 입소문을 통해 찾아오는 인력을 연중 뽑고 있다.
황 대표는 "뿌리산업이 없으면 전자 통신 자동차 선박 등 기간산업이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뿌리산업이 유지되고 발전하려면 인재와 자금이 몰려오는 매력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가에서 관련 법과 시행규칙에 뿌리산업에 대한 특례조항을 삽입해 뿌리산업체와 그 종사자들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우리 회사에 생산직으로 입사해도 마음만 먹으면 대학과 대학원 진학이 가능하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숙사에서 근검절약하며 생활하면 10년 정도면 집 한채를 마련할 수 있다"며 "많은 젊은이들이 문을 두드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초봉은 일반 중소기업 수준이지만 팀장급이 되면 연봉이 6000만원 선에 달하고 20년 이상 근속자에겐 연봉 외 혜택(자동차 등)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제이미크론은 이들 커넥터나 리드프레임 등에 도금을 하는 업체다. 커넥터는 전자부품 상호간에 영상신호나 음성신호 데이터 전송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량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이 회사는 휴대폰 및 TFT-LCD,PDP,정보가전 제품용 커넥터에 도금을 한다. 케이블은 전기장치 연결에 쓰이는 부품으로 이 중 전자제품의 경박단소화에 맞춰 작고 가벼우며 대용량의 정보를 보낼 수 있는 FFC케이블에 대한 도금을 하고 있다. LED 리드프레임에 백색휘도를 극대화하는 은도금도 하고 있다.
이 회사 생산공정은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는 특수 표면처리에 속한다. 전기분해 원리에 의해 제품 표면에 0.1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아주 얇은 금속층을 형성시킨다. 이때 사용하는 주재료가 바로 화학금이다.
공장 안에 들어서면 무려 55m에 이르는 생산라인이 줄지어 서 있지만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자동화돼 있기 때문이다. 도금공장에는 일반적으로 도금액이 보이지만 이 회사의 생산라인은 밀폐된 회로를 타고 흐르기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냄새도 나지 않는다.
라인 양쪽 끝에는 영사기처럼 생긴 커다란 릴(Reel)이 설치돼 있다. 한쪽 릴에 감긴 얇은 리드프레임이 생산라인을 타고 흐르는 동안 자동으로 표면처리되는 것이다. 이 라인은 회사가 직접 개발한 것이다. 회사 내 대부분의 작업장은 청정공간이다.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폐수는 지하에 설치한 '폐수 무방류 재활용 시스템(CLRS · Closed Loop Waste Water Recycling System)'을 이용해 다시 생산용수로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생산기술연구원과 손잡고 개발한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기술개발 덕분에 국내외 간판급 전자 · 전기업체들이 이 회사와 거래하고 있다. 몇몇 대기업은 직원을 보내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단체로 견학을 온다. 제이미크론은 2010년부터 이러한 생산설비와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직접 제작 ·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국내외 기업과 활발하게 상담 중이다. 도금 생산설비를 판매한 후 생산관리 노하우와 양산기술까지 교육해주고 있다.
황재익 대표(66)는 "특히 중국 기업들은 점차 환경규제가 강해짐에 따라 이 회사의 폐수 무방류 재활용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이런 성과를 일군 것은 황 대표의 집념에 따른 것이다. 서울대 문리대를 나와 아남산업에 근무했던 황 대표는 1986년 부평에서 창업했다. 이후 남동공단을 거쳐 반월로 왔다. 무엇보다 인재 양성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해 창업 초기부터 다양한 분야의 사내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도금업체는 누구나 입사하길 꺼린다. 작업환경이 열악한 탓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쾌적한 작업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자동화한 친환경 생산라인과 폐수 무방류 재활용 시스템을 개발했다.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연구소를 운영하고 기술개발에 전력투구한 결과다. 150여명에 이르는 전 직원의 10%가 넘는 18명이 연구소에서 근무한다.
연구소장은 한양대 공대 출신의 황화익 전무(61)가 맡고 있으며 박중무 감사(65)는 서울대 공대 출신이다. 황 전무는 생산기술연구원 청정기술센터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고 박 감사는 삼성전자를 거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보기술연구본부장을 지냈다.
직원을 우수 인재로 키우기 위해 대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장기근속자에게는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이에 따라 인근 산업기술대나 한양대 등에 다니거나 졸업한 직원들도 여러 명에 달한다. 영어 일어 중국어 교육도 외부 강사를 초빙해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먼 곳에서 출퇴근하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회사 근처인 안산역 맞은편에 기숙사를 마련했다. 수용 가능 인원은 130명에 이른다.
이제는 연매출이 400억원(작년 기준, 올 목표는 600억원)에 이르는 굴지의 뿌리산업체로 성장했지만 아직도 여느 중소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중 가장 힘든 게 인력 확보다. "시설이 좋고 환경이 우수해도 뿌리산업체에는 젊은 인재들이 무조건 오지 않는다"고 황 대표는 하소연한다. 아무리 광고를 내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직원들을 통한 연고 채용으로 필요한 인원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근무해 보니 괜찮다는 입소문을 통해 찾아오는 인력을 연중 뽑고 있다.
황 대표는 "뿌리산업이 없으면 전자 통신 자동차 선박 등 기간산업이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뿌리산업이 유지되고 발전하려면 인재와 자금이 몰려오는 매력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가에서 관련 법과 시행규칙에 뿌리산업에 대한 특례조항을 삽입해 뿌리산업체와 그 종사자들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우리 회사에 생산직으로 입사해도 마음만 먹으면 대학과 대학원 진학이 가능하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숙사에서 근검절약하며 생활하면 10년 정도면 집 한채를 마련할 수 있다"며 "많은 젊은이들이 문을 두드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초봉은 일반 중소기업 수준이지만 팀장급이 되면 연봉이 6000만원 선에 달하고 20년 이상 근속자에겐 연봉 외 혜택(자동차 등)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