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을 맡고 나서 보니 한쪽 발은 정상에 있었지만,다른 한 발은 벼랑 아래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

14일 서울 서초동 교보타워 본사에서 만난 박장석 SKC 사장(56 · 사진)은 취임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박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2004년 SKC는 비디오테이프,CD,DVD 등 주력 사업을 접고,신규 진출한 휴대폰 단말기 사업마저 포기해야 했던 위기 상황이었다. 그룹에서 다른 계열사의 우량 사업부문을 합병시켜 생존의 기반을 마련해 줄 수밖에 없었던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천덕꾸러기에서 모범생으로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SKC는 SK그룹 내 최고 모범 계열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매출 1조4632억원,영업이익 1682억원으로 두 자릿수대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거뒀으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13배나 늘었다.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그룹 경영평가에서도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주가는 올 들어 50% 가까이 오르면서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연결기준으로 2조2000억원의 매출에 이어 2015년 5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태양광이 신성장 동력

SKC는 15일 충북 진천의 태양광 소재 공장 준공을 발판으로 글로벌 태양광 업체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박 사장은 "태양전지용 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시트와 필름,SKC솔믹스의 잉곳 · 웨이퍼 등 태양광 분야에서 2015년에 1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SKC의 작년 태양광 분야 매출이 800억원 수준으로,이 같은 목표가 달성되면 5년 만에 매출 규모를 10배이상 키우게 된다. 그는 "필름과 태양광,화학 등 기존 부문 외에 전력반도체,LED(발광다이오드)용 웨이퍼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같은 IT(정보기술)소재 분야도 투자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의 경영학

박 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경영학 용어 중 하나는 '제휴'다. SKC의 자회사는 해외 유명 기업들과 공동 투자로 세운 합작법인들이 유독 많다.

미국 다우와 합작한 SKC 하스,일본의 다이요닛산과 공동 투자한 SKC에어가스,일본 게이와와 손을 잡은 백시트 업체 SKW,독일 화학업체 에보닉과 공동 투자한 울산 과산화수소 공장(SKC에보닉페록사이드코리아) 등이다. 특히 박 사장의 주도로 코오롱과 합작 설립한 SKC코오롱PI는 '적과의 동침'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SKC코오롱PI를 통해 국내 업체들 간에 출혈 경쟁이 정리되면서 일본에서 수입하던 휴대폰 소재 중 하나인 PI필름은 100% 국산화에 성공하게 됐다.

박 사장의 이 같은 경영 철학에 따라 SKC는 향후 중국 투자에도 해외 업체와의 제휴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2012년 완공되는 중국 상하이 인근의 PET 필름 설비에도 일본의 종합상사 등이 공동 투자한다.

박 사장은 SK그룹의 창업회장인 고 최종건 회장의 둘째 사위다. 서울고와 외국어대 경제학과,미국 스티븐스대학원을 나왔으며 SK네트웍스의 전신인 ㈜선경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조재희/윤성민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