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서 비롯된 건설업계 위기가 보금자리주택지구 사업과 대형 건설사로 옮겨 붙고 있다. 금융권이 PF 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상대적으로 탄탄한 사업장과 건설사들에도 불똥이 튀기 시작한 것이다.

14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울트라건설에 따르면 보금자리 시범지구인 서울 서초 우면지구 A1블록의 '울트라 참누리 에코리치' 아파트 550가구가 토지 중도금과 잔금 미납으로 사업승인을 신청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 말 예정이던 분양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 단지는 보금자리지구 내 첫 민간 아파트여서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울트라건설은 작년 9월 이 땅을 2355억원에 낙찰받아 계약금 235억원을 냈지만 10월 1차,12월 2차 중도금에 이어 지난달 말 기한인 잔금도 납부하지 못했다. LH 관계자는 "토지 대금을 내야 토지 사용 승낙을 받을 수 있고 사업승인 신청도 할 수 있다"며 "LIG건설의 기업 회생절차 신청 등으로 PF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울트라건설의 PF 차질은 신용도 높은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대형 건설사를 제외하고는 신규 PF를 일으킬 수 없는 최근의 금융경색 탓으로 분석된다.

시공능력평가 11위인 한화건설도 '빚 폭탄'을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 삼부토건과 공동 보증한 5500억원 규모의 김포 풍무동사업 PF 대출이 상환 요청에 몰릴 가능성이 커져서다. 이 대출금은 한화건설과 삼부토건이 50%씩 연대보증하고 있다. 한 회사가 부도나 지급 불능 상태에 들어가면 다른 시공사가 보증 책임을 100% 부담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부토건의 법정관리가 확정되면 지급 불능 상태가 되고,한화건설은 5500억원의 상환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두 회사가 추진해온 PF 개발사업은 김포 풍무동 일대에 아파트 2618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작년 6월 대주단으로부터 3년 만기로 3300억원을 빌렸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으로 2200억원을 조달했다.

한화건설은 이에 대해 "삼부토건의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100% 연대책임을 지고 사업을 단독 추진하겠다"며 "대주단도 금리 인상 등 조건 변경없이 계속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200억원 규모 ABCP는 투자자가 워낙 많아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