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시대의 화두는 녹색사회다. 공기,물 등 녹색자원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져 부의 원천이 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녹색자원은 그냥 돈벌이가 되는 건 아니다. 당대 최고의 기술과 결합돼 아름다움,웰빙,존재의 의미 등 예술적 가치를 살려 낼 때만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즉,기술과 예술의 최상 조합이 전제돼야 한다.

녹색사회의 본보기 수송수단으로 자전거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자전거 교통 시스템인 벨리브(Velib)는 자전거로 녹색사회를 구현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파리시는 시내 곳곳에 자전거 대여소를 설치하고 언제 어디서나 빌려 타고 반납할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 이용 10% 이상을 대체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또 그 자체가 유명 관광상품이 될 정도다. 파리 벨리브의 성공 요인은 평평한 지형,전용도로 등 자전거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데다 도시의 아름다움도 자전거 활성화에 한몫했다. '한국판 벨리브' 도입도 여러 지자체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것은 자전거를 수송수단이라는 기능적 차원에서만 보기 때문이다.

1903년부터 시작된 '투르 드 프랑스'는 세계 최대 사이클 경주 대회이자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21일 동안 프랑스 전역을 일주해야 하고,해발 2400m 이상의 알프스 산맥도 넘어야 한다.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투르 드 프랑스가 인기가 있는 것은 선수들의 역주와 함께 프랑스 곳곳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가 담긴 도시를 덤으로 볼 수 있어서다. 불과 10초면 지나가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구경꾼들은 6시간씩 기다리며 축제 분위기를 즐긴다. '투르 드 코리아'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자전거 경주라는 차원을 넘어 한국의 아름다움과 축제성을 덧입혀야 할 것이다.

2009년 8월 공개된 광화문광장은 파리의 샹젤리제와 같은 국가 상징 가도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광화문광장은 아직도 정체성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샹젤리제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인도를 확보하고 개선문과 콩코드광장이라는 역사적 상징물을 잘 배치했다. 또 갤러리,커피숍,영화관,상점 등이 적절히 규제된 대리석 건물들과 어우러지면서 인간미와 감성이 넘쳐나는 거리로 인식되고 있다. 위험한 도로 한가운데에 조각상과 전시물 중심의 기능적 접근만 시도한 광화문광장이 사람을 끌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산악국가인 스위스는 120여년 전 당대 최첨단 기술인 산악 전기열차로 알프스를 아름답게 개발한 덕분에 지금 전 세계인이 찾는 관광 선진국으로 변신했다. 제주도 올레길은 아름다운 바다와 제주도 풍광이 함께하기에 많은 이들이 기꺼이 비행기를 타고 찾는다. 세계의 부자들이 찾아와 구경하고 체험하는 녹색사회를 만들려면 아름다운 강산을 예술과 첨단기술로 가꾸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용근 <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yonggeun21c@kia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