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스팩의 인수ㆍ합병(M&A)이 가시화됐기 때문에 올해부터 이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실망도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는 7월쯤 합병 이후 실제 매매거래에서 증권사별로 어떠한 성적표가 나올 지 여부가 주요 관건입니다."

"스팩들간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일부 관계자들을 제외한 일반투자자들은 M&A 전후로 대략적인 경영상태만 확인할 수 있어 어는 스팩에 유명한 IB(투자은행) 전문가가 포진해 있는 지 여부를 모르기 때문이죠."

익명을 요구한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스팩(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SPAC)의 현재 '진단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능력있는 IB가 투입된 스팩의 성과가 좋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지 않은 곳은 주가흐름이 부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을 수 있어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팩의 투자구조는 우선 스팩 투자의 주체인 스폰서(증권사)가 발기인(재무적 투자자)들과 함께 회사를 미리 설립한 뒤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스팩은 또 상장 이후 3년 내에 비상장회사를 인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창출,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주게 된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스팩에 피인수되면서 우회상장이 되는 셈이다.

투자자(기관과 개인)들이 수익을 얻게 되는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투자자들은 먼저 스팩의 공모에 참여하거나, 상장된 스팩의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스팩이 구체적인 인수대상 기업을 정하게 되면 몇 달 뒤 열리는 주주총회에 참석해 인수합병에 관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합병 후 피인수 기업의 가치 상승(주가상승)을 통해 장내에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올해로 한국 증시에 스팩이 등장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지난달 중순께 업계 최초로 대신증권그로쓰스팩이 터치패널 제조사인 썬텔과 합병을 발표해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이어 HMC스팩1호가 자동차 부품업체 화신정공을, 신영스팩1호가 자전거 생산업체인 알톤스포츠를 잇따라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

잇단 스팩의 M&A 소식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투자자들은 과연 어떻게 투자전략을 짜둬야 할까. 주식매입(스팩) 시기에 따라 입장과 전략이 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IPO 당시 공모에 참여한 스팩투자자들이라면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 더 큰 수익을 올릴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M&A가 실패할 경우에도 투자자들은 별다른 손실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스팩은 상장 후 운영비용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모자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게 된다. 따라서 만일 M&A가 이루어지지 않아 상장이 폐지될 경우 주주들의 손실은 아무리 커봐야 스팩의 운영비용으로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스팩의 상장 이후 주식을 매매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고민이 더 크다. 다만 합병발표 전까지 스팩의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공모가를 밑돌 때 투자하는 것이 수익을 내는데 수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합병전 스팩이 사업성 또는 성장성을 갖고 있는 회사는 아니다"라며 "현금(순자산가치)만 있는 스팩의 주가가 이유없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수 없다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손실을 감수하고, 공모가 수준 밑에서 보유주식을 계속 팔아치운다면 이에 대비한 대책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스팩의 인수대상 기업이 발표되면서부터 해당기업의 가치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스팩은 M&A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약점"이라면서 "사실상 비상장기업의 우회상장 이후 주가향방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에 예상실적 등 수익가치를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는 곳들을 골라 투자하는 게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가와 상장 당시 주가도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상장 당시 주가가 공모가 대비 얼마나 올랐는 지 여부 등 가격흐름을 잘 분석해보면 시장의 기대심리를 미리 짐작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합병발표 이후 합병비율 등을 따져 장기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투자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