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AIST 사태에 대해 4명의 전문가들은 '교육 시스템과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강태진 학장은 '100% 영어 강의' 문제를 묻는 질문에 대해 "궁극적으로 공과대학은 어느 정도 지향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의 나약함이나 대학 교육 강도 문제만은 아니다"며 "산업 팽창기를 겪은 기성세대가 대학만 졸업하면 바로 취업이 보장됐던 것과 달리 지금 학생들은 학점이나 취업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강 학장은 "남이 아닌 자신과 경쟁하는 법을 가르치고 서로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강 학장은 "공학은 원래 글로벌 경쟁"이라며 "이공계 고등교육은 장기적으로는 이중 언어 구사(bilingual)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KAIST에서는 너무 급하게 하다 보니 가르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본다"며 "기초필수는 한국어로,나머지는 영어로 하는 등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최종태 사장은 "과도하게 가정에서 보호받는 반면 밖에서는 입시 · 학업 경쟁에만 몰두하는 외골수형 인간을 양산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들은 경쟁에서 낙오되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스트레스를 느끼기 마련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 사장은 "요즘 학생들은 절대적 지식이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넘친다"며 "무엇보다 가치관, 직업의식, 살아가는 방식을 제대로 가르쳐줄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이 깨질 수 도 있다"고 걱정했다.

김차동 상임위원은 "KAIST 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오히려 우리 사회 전반에 유추 적용할 수 있는 사회 구조상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게 하고 일방적으로 내몰리는 경쟁 시스템, 실패하면 낙오자로 보는 경직적 사회 시스템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상임위원은 "관직에 있는 입장에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연호 원장은 "준비 없는 징벌적 제도가 문제였다고 본다"며 "이제부터 수월성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방법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한 집단에서 못하는 사람을 아무리 걸러내 봤자 남은 집단에서는 결국 또 못하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채찍인 네거티브(negative)보다는 당근인 포지티브(positive)가 중장기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있어서는 적절하다"가 덧붙였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