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북'과 '앱(app)북'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태블릿PC 시장 확대로 앱북 시장은 급팽창하고 있는 반면 전자책 단말기를 중심으로 하는 e북은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된서리를 맞고 있다. 국내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삼성전자마저 전자잉크 기술을 사용한 e북 단말기 'SNE-60'의 생산을 중단하면서 갤럭시탭에 e북 리더 프로그램을 내장할 정도다.

◆앱북,학부모들에게 인기

지난해 애플의 아이패드 발매를 시작으로 불어닥친 태블릿PC 바람은 전자책 시장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화면 크기와 무게 등이 일반 책과 비슷한 데다 범용성까지 갖추면서 콘텐츠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태블릿PC는 일반 PC 못지않은 성능을 갖추고 있어 전자책이라도 단순히 텍스트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동영상 음악 등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때문에 동화책이나 교육용 교재,잡지 등을 앱북용으로 전환하는 데 유용하다는 평이다. 이미 교원 대교 웅진씽크빅 등 국내 대형 교육출판 업체들이 앱북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덩달아 소프트웨어 업체의 진출도 늘어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2월 동화책 '구름빵'을 전자책으로 만들어 출시하기도 했다. 김재욱 한글과컴퓨터 신제품팀장은 "아이패드용 앱스토어에서 도서 관련 앱이 28%를 차지할 정도로 앱북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북,입지 갈수록 좁아져

e북 시장은 갈수록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만든 e북 단말기 '킨들'이 확고하게 자리잡아 태블릿PC의 공격에도 버티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e북 단말기의 보급이 늦었고 확고하게 자리잡은 단말기도 없다. 단말기의 초기 가격이 20만~40만원 수준으로 높았던 점도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e북을 통해 볼 수 있는 도서가 제한돼 있는 점도 문제다. 인터파크가 만든 단말기 '비스킷'으로 볼 수 있는 책의 숫자는 6만여종 수준이다. 출판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판사들은 전자책의 낮은 단가와 함께 무단 복제로 매출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북 단말기 사업에 뛰어들었던 업체들은 새로운 길을 찾느라 분주하다. 인터파크는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작동하는 e북 프로그램을 내놨다. '스토리' 등 e북 단말기를 만든 아이리버는 중국 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 e북·앱북

e북과 앱북 모두 우리말로는 '전자책'이지만 업계에서는 다른 뜻으로 사용한다. e북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전자책이다. 종이책의 내용은 그대로 둔 채 책을 읽는 '플랫폼'만 바꾼 셈이다. 반면 앱북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별도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ㆍ앱)으로 실행하는 방식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