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양국 산업계와 정부,학계 공동으로 연구를 끝내고 한 · 중 FTA 추진 여건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 간 사전 협의만 한 차례 진행됐을 뿐이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농수산물 개방이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 데다 FTA 체결로 국내 산업계가 누릴 수 있는 관세 철폐 효과가 미미하다는 전망이 한 · 중 FTA 추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매년 확대되는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하고,중 · 대만 경제협력협정(ECFA)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 · 중 FTA가 조속히 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산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한국과의 FTA에 적극적인 중국

한 · 중 FTA에 대한 정부 추진력은 한 · 유럽연합(EU) FTA와 한 · 미 FTA의 국회 비준을 앞두고 약해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 · 중 FTA 협상 개시에 대한 정부 내 공감대는 있지만 한 · EU,한 · 미 FTA 비준을 앞두고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최근 원자바오 총리가 직접 나서 양국 FTA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한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변국과의 FTA 체결을 국가 성장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 중 FTA 추진 현황을 논의했다.

◆중국과의 FTA 실익 커져

한 · 중 FTA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산업계가 관세 철폐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다는 지적이 많아서였다. 국내 기업의 대중 수출 물량 중 54%가량은 부품을 중국으로 수출한 뒤 현지에서 완제품을 제조해 제3국으로 수출하는 가공무역 형태다. 가공무역을 감안한 중국의 실질 관세는 2.7%로 한국(6.1%)의 절반 이하에 불과해 FTA 체결로 인한 대중 수출보다 중국의 대한국 수출이 더 크게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산업고도화 정책을 펴는 중국의 가공무역 수출 비중이 2005년 54.7%에서 작년 46.9%로 꾸준히 낮아지고 있어 향후 한 · 중 FTA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