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부실 심화…연체율 올 두 배 상승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작년 기촉법 일몰후 부도 증가가 원인
은행 대출경쟁은 더 치열…정부 일제점검
은행 대출경쟁은 더 치열…정부 일제점검
올 들어 각 은행에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실이 누적돼 온 건설 및 부동산 업종뿐만 아니라 일반 제조업체의 연체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 들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폐지되면서 신용이 부족한 중소업체들이 많이 무너진 탓이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기업대출 연체율만 급상승세
대형 A은행의 작년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75%(하루 이상 원금 연체 기준) 수준이었다. 그러다 올 1월 1.01%,2월 1.37%,3월 1.32%(추정) 등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B은행 역시 작년 말 1.2%였던 기업대출 연체율이 지난달 1.7% 정도로 높아졌다.
대출 연체가 많은 업종은 주로 건설과 부동산,조선,해운 등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비중이 높은 건설업체들이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금리 상승까지 예상되고 있어 2분기 이후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부실 우려 업종에 대해 일제 점검에 들어갔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최근 공문을 보내 건설업과 같은 일부 업종의 대출 규모와 연체 상태 등을 일괄 보고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대출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돈을 굴릴 곳이 부족해서다. 작년 말 76조3130억원이던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8조4657억원으로 2.8%(2조1527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 기업대출 역시 같은 기간 46조7082억원에서 47조6082억원으로 1.9%(9000억원) 늘었다. 향후 기업 부실이 커지면 은행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정부 우려와 달리 아직 부실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A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 들어 0.3~0.3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0.35~0.4%)보다 오히려 낮아진 수치다.
◆기촉법 폐지가 결정적 원인
올 들어 기업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올라간 배경으로 기촉법이 꼽히고 있다. 기촉법은 채권단 75%만 동의하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개시토록 한 제도인데,작년 말 일몰 후 채권 회수 경쟁이 불붙었다는 것이다. 한솔건설 월드건설 LIG건설 남영건설 한라주택 대한해운 등 건설 · 해운업체들의 잇단 법정관리행(行)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은행들의 얘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초만 해도 그동안 해오던 관행대로 기촉법에 준하는 여신정책을 추진했다"며 "다른 은행이나 2금융권과의 협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략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직후 중소기업 대출 만기를 일괄 연장해주는 패스트 트랙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 역시 느슨해지는 분위기"라며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의 퇴출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은 기업들의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종전과 같은 기촉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대 채권자에 대한 재산권 침해 소지로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반대매수 청구권이나 사법적 구제 절차로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촉법이 잠시 효력을 잃었던 2006~2007년엔 채권단 자율협약을 추진하던 6개 대기업 중 4곳이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며 "올 들어 채권단 내 이해 조정이 어려워지면서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기업도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기업대출 연체율만 급상승세
대형 A은행의 작년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75%(하루 이상 원금 연체 기준) 수준이었다. 그러다 올 1월 1.01%,2월 1.37%,3월 1.32%(추정) 등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B은행 역시 작년 말 1.2%였던 기업대출 연체율이 지난달 1.7% 정도로 높아졌다.
대출 연체가 많은 업종은 주로 건설과 부동산,조선,해운 등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비중이 높은 건설업체들이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금리 상승까지 예상되고 있어 2분기 이후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부실 우려 업종에 대해 일제 점검에 들어갔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최근 공문을 보내 건설업과 같은 일부 업종의 대출 규모와 연체 상태 등을 일괄 보고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대출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돈을 굴릴 곳이 부족해서다. 작년 말 76조3130억원이던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8조4657억원으로 2.8%(2조1527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 기업대출 역시 같은 기간 46조7082억원에서 47조6082억원으로 1.9%(9000억원) 늘었다. 향후 기업 부실이 커지면 은행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정부 우려와 달리 아직 부실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A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 들어 0.3~0.3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0.35~0.4%)보다 오히려 낮아진 수치다.
◆기촉법 폐지가 결정적 원인
올 들어 기업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올라간 배경으로 기촉법이 꼽히고 있다. 기촉법은 채권단 75%만 동의하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개시토록 한 제도인데,작년 말 일몰 후 채권 회수 경쟁이 불붙었다는 것이다. 한솔건설 월드건설 LIG건설 남영건설 한라주택 대한해운 등 건설 · 해운업체들의 잇단 법정관리행(行)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은행들의 얘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초만 해도 그동안 해오던 관행대로 기촉법에 준하는 여신정책을 추진했다"며 "다른 은행이나 2금융권과의 협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략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직후 중소기업 대출 만기를 일괄 연장해주는 패스트 트랙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 역시 느슨해지는 분위기"라며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의 퇴출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은 기업들의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종전과 같은 기촉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대 채권자에 대한 재산권 침해 소지로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반대매수 청구권이나 사법적 구제 절차로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촉법이 잠시 효력을 잃었던 2006~2007년엔 채권단 자율협약을 추진하던 6개 대기업 중 4곳이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며 "올 들어 채권단 내 이해 조정이 어려워지면서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기업도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