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LH 이전 갈등에 이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놓고 좁은 나라가 사분오열 충돌하는 형국이다. 행정수도 혁신도시에 이은 시리즈물이다. 급기야 과학벨트를 대전 대구 광주에 분산배치한다는 정부 검토안이 흘러나와 민심을 들쑤셔 놓고 있다. 정부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신공항 백지화 과정처럼 미리 흘리고 여론을 떠보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국민들은 이미 경험한 터다. 더구나 과학벨트 입지가 신공항 백지화의 보상용으로 이용된다면 이는 '공약 돌려막기'에 다름 아니다.

과학벨트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입지 선정은 과학자들에게 맡길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논의과정을 보면 과학벨트에서 과학이 빠지고 정치가 들어앉은 '정치벨트'로 변질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갈등을 부추기는 뇌관은 단연 정치인들이다. 지역주의에 기대어 '충청도 핫바지론'을 내세우고,대통령의 인품까지 거론하는 마당이다. 여야와 당론을 떠나 지역별로 이합집산하고 자기 지역을 소리 높여 옹호한다. 입으로는 백년대계, 속에서는 표 계산이다.

과학벨트가 3조5000억원짜리 로또로 여겨지는 상황에선 어떤 해법을 내놔도 갈등을 피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과학벨트 유치지역에 고준위 방폐장이 함께 가야 한다는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어제 발언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지역갈등과 님비 현상을 푸는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방폐장 안전 여부에 대해선 과학자들이 더 잘 알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