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는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서양의학을 한의학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물론 이 둘의 학문적 바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우월하다 낫다 하는 잣대를 대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태도에 있어 한의학에의 과학적 우수성이 많이 가려질 때가 많다. 이처럼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양복과 양장, 그리고 캐주얼 옷이 전부이다. 간혹 명절 때에 입던 한복도 불편하다고 입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우리가 그토록 편하다고 입는 캐주얼 옷들은 진정 우리의 몸이 편한 것인가 아니면 간단하게 입는다는 것과 옷감이 질겨 아무데나 앉을 수 있어 편하다는 것인가.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금의 옷을 입으면서 사회지도층, 연예인, 등의 성공한 사람들이 입으니까 나만 입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드는 것 같다. 하지만 예전 우리의 선조들은 자신들의 몸에 맞는 몸에 편한 옷들을 추구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한복은 한방과학과 잘 맞는 지극히 과학적인 옷이다. 한방에서는 '머리를 맑게 하고 배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고 하여 ‘흉허복실’ 이라 하여 가슴을 허하게 하고 배를 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한복은 깃 사이를 넓게 하여 가슴이 시원하도록 하고 허리를 묶어 배가 따뜻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이 이론과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할 수 있다. 신영FNC 대표이사 겸 패션디자이너 정신모씨는 "한복의 특징은 옷과 몸 사이에 충분한 공기층을 만들어 단열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추울 땐 따뜻하게 더울 땐 선선하게 해주는 구실을 한다. 소매를 보면 아래는 배래로 넓히고 소매 부분은 좁게 하며 바지는 사폭으로 넓게 하며 대님으로 발목을 묶는다. 소매와 바지의 이런 특징에서 밖의 공기를 차단하면서도 통풍은 잘 되게 하는 조상들의 슬기로움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바지의 대님은 겨울철의 부목 구실과 밖의 찬 기운을 막아주는 것에 더하여 몸의 기운이 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땅 위의 음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준다. 또한 비장(지라), 간장, 신장(콩팥)선이 교차하는 점의 경혈자리를 묶어 마사지 효과도 있다. 기체인 남자는 대님을 차 기운이 흩어지는 것을 막고 혈체인 여자는 펄럭이는 치맛자락으로 음습한 기운이 뭉치는 것을 소통하게 해주어 건강에 이로운 복식이라고 한의사들은 말한다. 이처럼 건강을 위한 한복을 우리는 촌스럽고 불편한 옷이라고 많이들 생각한다. 지금의 몸에 딱 맞는 외적인 모습을 중요시하는 옷을 입고 자란 이들이라면 무리도 아니다. 하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지나쳐서는 안 된다. 평상복은 될 수 없더라도 우리가 한복을 잊지 않고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가끔씩은 모두 갖추어 입고 거리를 나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