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증시에 드리우고 있다. 유가와 곡물가,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미국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7일 "경제부처의 제1 목표는 물가 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3개월 연속 4%를 넘었다. 그런데도 주가는 상승 탄력을 잃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에 들어서면서 물가상승률이 꺾일 것이란 기대감이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크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4%대를 이어가면 증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증시에 부담 주는 물가상승률은 4%

인플레이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수요 증가에 따른 것과 공급가격 인상에 따른 것이다. 수요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증시엔 호재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후자다. 유가 곡물가 원자재가 등 공급가격 인상에 따라 완제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는 추세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수준의 물가 상승폭이 둔화되지 않는다면 증시에는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이하로 안정됐을 때 미국의 주식 투자 수익률은 13.5%로 다른 투자 대상 수익률보다 훨씬 높았다. 물가상승률이 3% 이하일 때 부동산 수익률은 5.6%였다. 반면 금과 상품 수익률은 각각 1.8%와 0.5%로 낮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5%일 경우 결과는 약간 달랐다. 주식 투자 수익률은 7.8%로 낮아졌다. 반면 금과 상품 수익률은 6.8%와 3.9%로 높아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섰을 땐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주식 투자 수익률은 2.5%로 뚝 떨어졌다. 이에 비해 금 수익률은 20.2%에 달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하다. 삼성증권이 2000년 이후 코스피지수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월별 물가상승률이 4%를 넘을 때는 대체로 주가가 약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대비)은 4.7%에 달했다. 1월(4.1%)과 2월(4.5%)에 이어 3개월 연속 4%대를 기록했다. 경험에 비춰보면 이 정도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경우 잘나가는 증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수준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물가상승률이 한국의 잠재성장률인 4% 수준을 넘어서면 주가는 부정적으로 반응해 왔다"며 "현재 5%에 가까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정부 목표치 내에서 억제 여부가 관건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기업 가치도 왜곡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일 인플레이션이 심했던 1970년대 미국에서는 명목 기업가치와 실질 기업가치 간의 괴리가 존재했다고 보도했다. 1970년대는 두 차례의 오일쇼크 등으로 미국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15%에 달했던 시기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견인했다는 점에서 지금과 비슷한 점이 있다.

관심은 물가 상승세가 언제 꺾일지다. 전문가들은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물가상승률이 한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계절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2,3월이 지난 만큼 이전같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 팀장은 "6월 이전에 물가상승률은 고점을 찍고 하반기에는 조금씩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 등 아시아 증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일찍부터 가격에 반영해 온 만큼 물가 상승에 따른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목표대로 3%대로 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억제할 경우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