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봉합해야 할 정치권이 지역과 연관된 대형 국책사업을 놓고 지역별로 분열양상을 보이며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를 두고 당 지도부가 서로 얼굴을 붉히며 논쟁을 벌이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충청권 출신인 박성효 최고위원이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과학벨트 분산배치를 보도한 내용을 거론하며 "정부와 청와대는 그런 일이 없다고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나중에 보면 일이 이상하게 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청와대와 정부 주변에 이런 일이 흘려지고 불안하게 하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책과 정치의 범위를 넘어 대통령의 인품까지 (문제가) 번져나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김무성 원내대표가 발끈했다. 김 원내대표는 박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격앙된 목소리로 "말이 지나치다. 너무 함부로 말하고 있다"며 제지에 나섰고,안상수 대표도 "최고위원이 국가 전체의 이야기를 해야지 지역 얘기만 자꾸 하면 뭣하러 최고위원 자리에 있나. 그렇게 할거면 사퇴하지…"라고 가세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그렇게 안 하면 대통령의 인품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말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충청권에 연고를 두고 있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과학벨트의 분산 배치설과 관련,"필요하다면 대표직도 내놓을 생각"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그는 "나 자신의 명예와 직책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온전히 바치고자 한다"며 "우리당과 생각을 함께하고 미래를 함께 논의하며 행동할 수 있는 정당과 정파,세력이 있다면 합당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분산 배치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정동영 정세균 등 전북 출신 최고위원은 물론 손학규 대표도 "LH를 분산 배치하는 게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고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LH의 24%와 경영진은 전북 전주로 가고 나머지는 경남 진주에 배치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당론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균형발전 차원에서 토공은 전주,주공은 진주에 분산 배치하려던 것을 이명박 정권이 LH로 통합해 한곳에 몰아주겠다는 반 지역균형발전의 태도를 보여 전북도민들의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전북에 가도록 돼 있는 토공을 합쳐서 경남에 갖다준다고 하면 어느 국민이 박수를 치겠나. 통째로 전북으로 배치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그 반대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전북 출신 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만에 하나 LH를 경남으로 일괄 배치한다면 거센 저항에 직면할 뿐 아니라 지역감정으로 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정부는 내달 중 LH 이전 문제를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다.

구동회/김형호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