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건만 충족시켜 준다면 연내 북 · 미 간 양자 회담도 가능할 것이다. "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7일 첫 세션을 마친 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위원은 이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6자회담 합의사항 준수 △남북 간 대화 재개 등 2가지를 꼽았다. 그는 "지난 2월 남북 간 군사 실무회의에서 북한이 성의있는 태도만 보였더라도 북 · 미 간 양자대화까지 이어졌을 것"이라며 "결국 대화 재개의 열쇠는 서울과 평양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 · 미 간 양자회담에서 논의가 잘 이뤄지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까지 가능할 것"이라며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북한이 어떤 단계를 거쳐 북핵을 폐기할지 구체적인 전략적 청사진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클링너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8년간의 6자회담에서 북한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그동안 북한이 도발과 유화적 공세 사이를 왔다갔다 한 전략이 더 이상 워싱턴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이제 협상에 임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클링너 연구위원은 "경제 제재는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김대중 ·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게임의 규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에게는 페널티를 줘야 하는 법"이라며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북한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정한 결의안에 따라 경제 제재를 실시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류밍 중국 상하이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은 세션 직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과 북한의 천안함 사과는 별개 사안으로 봐야 한다"며 "시간을 지체할수록 북핵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류 소장은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한국이 실리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존 6자회담의 문제점은 북 · 미 간 대화가 주를 이뤘다는 것"이라며 "향후 열릴 6자회담에서는 한국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란/정성택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