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영향권에서 벗어난 일본 지자체들이 지진 피해를 겪는 동북지역의 중소 기업을 유치하려 뛰고 있다는 소식이다. 후쿠오카(福岡)현이나 고베(神戶)시 등은 이들 기업에 빈 사무실과 공장 시설을 빌려주면서 이 기회에 공장을 아예 자기 지역에 옮겨오도록 나섰다는 것이다. 생산 라인을 예산으로 깔아주고 전력 공급을 무한대로 보장하는 조건을 제시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기업수가 줄곧 줄어들고 있는 후쿠오카는 아예 전담 조직까지 만들었다.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 동북 지역은 철강과 석유화학 자동차 관련 부품소재 기업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센다이(仙台)의 도호쿠대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신소재 혁명을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이 지역이 재난을 당하자 당장 닛산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빅 3'가 미국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는 등 글로벌 경제를 마비시킬 정도다. 전력난을 겪고 있는 도쿄 인근의 중소기업들도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일본 지자체들이 움직인다면 한국 정부와 지자체들도 뛰어야 마땅하다. 공장 부지를 무료로 제공하며 운전 자금을 빌려주고 세금도 깎아주는 등 좋은 유치조건을 제안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그동안 일본 기업을 유치하려고 부품소재 전용공단까지 만들지 않았는가. 연구시설 기반이 파괴된 도호쿠대 등 일본 대학과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에도 일본의 부품 소재 기술 전수를 위해 우수 퇴직 기술자를 국내 중소기업에 소개하는 '우수 퇴직 기술자 유치사업' 등을 꾸준히 벌여왔다. 지금이야말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추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