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일 2121.01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역은 단연 13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간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 동안 736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 들어 최대다. 중동사태와 일본 대지진 등 해외 악재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자 외국인은 공격적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위험 자산인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신흥국펀드로 자금이 들어와 외국인에게 실탄도 공급해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며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사상 최고가 경신 주도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31포인트(0.68%) 상승한 2121.01에 마감했다. 장 초반은 미 증시 조정 영향으로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오후장 들어 상승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7366억원어치의 주식을 쓸어담으며 사상 최고가 경신의 일등공신이 됐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사상 최고치 경신은 해외 악재에 대한 내성이 커진 때문"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16일 이후 13일간 3조6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작년 9~10월에 걸쳐 19일 연속 사들인 후 최장이다. 2월 이후 증시를 눌러온 해외 악재들이 수그러들자 값싼 주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상승분을 반영해도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에 그치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경기선행지수가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확신에다 일본 지진의 반사이익이 크다는 점도 외국인의 '사자'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주변 아시아 국가에 비해 한국 증시 상승폭이 유난히 두드러진 점이 이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2일 새벽에 나올 미국 고용지표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프로그램 차익순매수를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승원 UBS증권 주식영업부 전무는 "이날 3100억원을 넘은 프로그램 차익순매수의 상당 부분은 외국인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순매수 전체를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 전망으로 보는 건 아직은 무리"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금 유입 외국인 '사자' 뒷받침

외국인의 '원맨쇼'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올초 선진국으로 몰려간 자금이 신흥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점은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분석된다.

일본 대지진의 공포 속에 2주 연속 빠졌던 선진국펀드에도 17억5300만달러의 자금이 들어오긴 했지만 순유입 규모는 신흥국펀드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다. 자금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민정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인플레이션 공포가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자금이 회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긴축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월 정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인도 물가 상승률도 1월 20%에 육박했으나 1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한국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전일까지 6일 연속 순매수했으며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도 '사자'로 돌아섰다.

윤석 크레디트스위스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글로벌 자금이 이머징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간 흐름은 일단락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 신흥국이나 선진국 자금 흐름이 동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