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영국계 은행인 바클레이즈가 본사를 런던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밥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즈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정부가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데 반발해 최근 미국 금융당국과 본사 이전에 대해 논의했다.바클레이즈는 본사 이전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으며 이전 비용으로 수백만 파운드가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탤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바클레이즈 본사가 뉴욕으로 오길 바란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영국 정부는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산업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바클레이즈 같은 대형 은행이 바젤Ⅲ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10% 이상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바클레이즈의 자기자본 비율은 현재 7.81%다.WSJ는 “바클레이즈가 영국 정부의 기준에 맞추려면 150억파운드(26조5800억원)의 자기자본을 더 투입해야 한다”며 “반면 바클레이즈와 비슷한 규모의 미국계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자기자본 비율은 7.23%로 바클레이즈 보다 낮지만 미국 금융당국은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강제 분리,은행세 인상 등도 영국 정부 금융규제안의 주요 내용이다.영국 정부의 금융규제안은 올해 9월 확정되며 바클레이즈의 본사 이전 여부도 이 때쯤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클레이즈 뿐 아니라 HSBC 스탠다드차타드그룹 등도 영국의 금융규제안에 반발해 본사를 각각 홍콩과 싱가포르로 옮길 수 있다는 보도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WSJ는 “미국의 금융규제안(도드프랭크법안) 역시 확정되지 않았는데 이 법안이 어떤 규제를 포함하느냐에 따라 바클레이즈의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며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영국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여주느냐 일 것”이라고 분석했다.대형 은행들이 본사를 이전하면 세계 금융중심지로서 런던의 위상이 떨어지고 세수도 줄어들어 재정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