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루이스 터먼 박사는 1910년을 전후해 태어난 소년, 소녀 1500명을 선발했다.

성인이 된 이후의 잠재력을 어린 시절에 알아볼 수 있는지를 연구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였다.

당시 40대 중반이던 터먼 박사는 1956년 세상을 떴고 후배 연구자들이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이 연구는 1500명의 생애를 80년 동안 추적하는 사상 초유의 수명연구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나는 몇 살까지 살까.’(쌤앤파커스 펴냄. 원제 ‘The Longevity Project’)는 1990년 이 연구를 이어받은 하워드 S. 프리드먼과 레슬리 R. 마틴 교수가 연구 참가자들의 성격과 지능, 습관, 생활패턴 등이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이들은 연구를 통해 장수에 관한 통념 가운데 상당 부분이 그릇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령 직장에서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은 업무 부담이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아랫사람보다 일찍 죽을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연구 결과, 직업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요절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성공한 그룹은 성공하지 못한 그룹보다 평균 5년을 더 산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성공해서 돈이 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의사, 좋은 헬스클럽, 안전한 집에 대한 접근권이 높아서가 아니라 그들의 ‘성실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성실성이 눈에 띄었고 성실한 성격의 사람은 더 건강한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갈 줄 안다는 것이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 더 장수한다는 믿음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중년 여성들의 경우 종교를 가진 여성들이 더 오래 살았다.

이는 기도나 명상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관계, 커뮤니티 활동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어느 정도 들어맞은 통념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이혼 후 오히려 더 오래 사는 데 반해 이혼한 남성은 일찍 죽는다고 알려져있다.

이 책에 따르면 실제로 남성들은 ‘한결같은 기혼 남성 > 한결같은 독신 남성 > 재혼한 기혼 남성 > 이혼 후 독신남성 순으로 오래 살았다.

여성은 ‘한결같은 기혼여성 =이혼 후 독신여성 > 한결같은 독신여성 > 재혼한 기혼여성’ 순으로 장수했다.

이는 이혼한 남성들의 경우 이혼에 따른 스트레스가 여성의 경우보다 훨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다 동반자 관계의 이점 또한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들은 분석했다.

저자들은 “우리 연구는 더 성실하고 목표가 있는 시민들, 그리고 그들과 잘 통합된 지역사회가 장수하는 건강한 사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며 “연구 참가자들이 분명히 밝힌 건강과 장수에 관한 지침들이 모든 사람을 더 건강한 길로 가도록 도움을 주는 보건의료 시스템과 사회적 변화를 고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