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 개편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잘못된 부분을 보완해 자본시장을 한단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개편의 핵심으로는 글로벌 투자은행(IB) 육성과 함께 한국형 헤지펀드 양성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 직후부터 자본시장법을 전면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자본시장법 개정의 큰 방향은 △국내 IB의 경쟁력 강화 △헤지펀드 허용 △자본시장 인프라 개선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제도 정비 △투자자 보호 강화 등 다섯 가지다.

이 중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대목은 헤지펀드 허용이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일찌감치 헤지펀드 도입에 대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대우증권을 비롯한 대형 증권사들은 수년 전부터 트레이딩사업부 내에 헤지펀드 스타일로 자금을 운용하는 팀을 두고 있다. 상당수의 투자자문사 역시 헤지펀드가 허용되면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엄밀히 얘기하면 국내에서도 헤지펀드가 원천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법에서 '적격투자자 대상 사모집합 투자기구'라고 분류하고 있는 사모펀드가 헤지펀드와 유사한 형태다. 이 펀드는 차입과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고,운용보수 외에 성과보수를 책정할 수 있도록 해 헤지펀드의 특성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은 그러나 "현재 적격투자자 대상 사모집합 투자기구는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국내에서는 헤지펀드 도입이 금지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헤지펀드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이 규정부터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구조조정 기업에 자산의 50% 이상을 투자하면 신용도가 떨어져 차입을 통한 투자 등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헤지펀드 스타일로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또 현재 집합투자업자로 제한하고 있는 펀드 운용자에 대한 규제도 없앨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즉 자산운용사 외에 투자자문사 기타 법인 등도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