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소국 카타르가 리비아 사태를 통해 새 외교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AP통신은 카타르가 아랍 국가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리비아 정부에 대한 제재와 시민군 지원에 나서는 등 최근 리비아 정세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세계 외교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카타르는 지난 18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이 리비아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주도할 때 아랍권 국가로는 처음으로 군사작전에 합류했다. AP통신은 "카타르의 합류로 연합군의 군사작전이 리비아 국권을 침해한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카타르는 또 리비아 시민군의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원유 수출대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시민군이 장악한 리비아 동부지역에서 생산된 원유는 카타르를 통해 팔려나갈 예정이다. 시민군 지지세력이 카다피 정권의 여론 선동에 맞서기 위해 만든 리비아 위성방송국 '리비아TV'도 카타르에서 개국한다. 이 방송국은 이번 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첫 방송을 할 예정이다.

카타르는 아랍권 여론몰이에도 나서고 있다. 카타르는 28일 아랍 국가 중에선 처음으로 시민군 대표기구인 국가위원회를 리비아의 합법적 대표기구로 인정했다.

'포스트 카다피' 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첫 출발지도 카타르가 될 전망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리비아와 관련된 35개국 및 아랍연맹,아프리카연합 등 국제기구 대표들은 29일 영국 런던에서 만나 리비아 미래를 논의하는 '실무연락그룹'을 결성키로 합의하고 그 첫 회의를 카타르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카타르의 적극적인 외교 행보는 중동의 양대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에서 외교를 생존전략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어도어 카라시크 걸프 군사연구소 연구원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타르의 리비아 사태 개입은 외교강국이 되고 싶어 하는 카타르의 욕망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