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현장은 한마디로 '경영의 쓰레기장'이다. 현장에는 제품의 생산을 지연시키는 온갖 종류의 낭비와 비효율이 존재한다. 현장 작업자들의 기능 · 경험 부족에서 기인하는 불량 · 재작업 · 낭비는 물론 사무실에서 만들어지는 오류와 비효율 역시 제조현장에 나타난다. 영업의 잘못된 판매 예측이나 생산관리의 불합리한 생산계획은 불필요한 재고를 만들어 현장에 쌓이게 한다. 모든 경영의 비효율과 오류가 흘러들어 관찰되고 측정되는 곳이 생산현장이다. 그래서 혁신은 생산현장에서 시작돼야 한다.

기술의 부족,조달과 검사의 불합리,생산 · 품질관리의 비효율이 드러난다. 생산현장에서 발견된 문제점의 개선은 생산현장 자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반에 걸쳐 총체적인 개선활동을 이끌어 낸다. 종합적인 혁신활동의 결과는 다시 현장의 변화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빠르고 합리적인 경영의사 결정과 효율적이고 정확한 사무관리직의 업무,현장에서의 체계적이고 매끄러운 생산관리가 이뤄지면 낭비와 비효율이 없는,'경영의 쓰레기'가 제거된 깨끗한 현장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혁신은 현장에서 시작되고 현장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다.

진정한 혁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구성원 전원이 참여,문제를 찾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0대 초반 인수 · 합병(M&A)에 따른 노사 갈등과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A사는 조직력을 회복하고 앞으로 시장이 회복될 것에 대비,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통합현장혁신(IFI · Integrated Field Innovation)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작업자 스스로 찾아서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먼저 소(小)집단별로 작업 특성,문제해결 역량,조직갈등 구조 등을 진단하고 평가해 방향을 설정하고 현장에 산재한 문제점들을 분석하도록 한다. 이후 현장직원들이 문제를 찾고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A사가 처음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을 때만 해도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생산부장과 공장장을 비롯해 임원진마저 현장 자율적 개선활동이 가능하겠느냐며 의구심을 보였다. 그러나 도입 10개월이 지나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여개의 소조직들이 문제점을 찾아 스스로 해결했고,필요한 교육을 요청했다.

각 조직들이 서로 다른 활동을 펼치다 보니 사내 벤치마킹도 활성화됐다. 사외 파견 교육으로 장시간 자리를 비웠던 한 부장은 이를 두고 "혁신팀에서 마술을 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현장 혁신 역량과 개선 활동은 이제 세계적 수준에 도달,매년 매출액을 경신하고 있다.

생산현장에서의 혁신활동은 단순히 공정상의 낭비와 비효율을 제거하고 원가 절감을 이루는 정도의 의미가 아니다.

생산현장이 강한 회사는 쉽게 망하지 않는다.

김기홍 < 네오플럭스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