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을 일찍 냈다고 옆집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500만원은 서민에게 큰 돈입니다. " 서울의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아 최근 입주한 김모씨(38)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내놓은 '3 · 22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취득세를 절반 깎아주기로 한 시점이 발표날로 뒤늦게서야 결정돼서다.

주택거래 시 취득세 부과 시점은 잔금 납부일이다. 주택을 분양받으면 분양 시 계약금을 내고 입주 전까지 중도금을 낸 뒤 입주 시 나머지 돈(잔금)을 내게 된다. 아파트 입주 기간은 통상 두어달.김씨가 분양받은 아파트 단지 입주기간은 지난 1월30일부터 이달 30일까지다.

문제는 취득세 부과 기준이 잔금납부일이 되다 보니 입주 시점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분양가가 4억원 정도인데 이 때문에 달라지는 세금 차이는 500만원이다. 김씨는 "건설사를 지원해 줘야 한다고 해서 잔금을 일찍 낸 사람은 500만원씩 손해를 보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3 · 22 대책은 시장의 혼란도 부추기고 있다. 완화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한도도 발표 시엔 없었다가 나중에야 알려졌고,적용 시점도 마찬가지였다.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에 신규 분양 아파트가 포함된 것 또한 난센스다. 분양에서 입주까지 통상 2~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주택을 산 사람은 지금의 주택 시장 상황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런 부분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지난 22일 밤 예정에도 없는 대책을 기습적으로 내놨다. 대책이 나온 뒤 효과보다 부작용만 하나둘 늘어나는 상황이다. 정부 · 여당 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대책을 정한 뒤 그에 맞춰 실무적으로 처리했다"며 "당에서 너무 푸시를 많이 했다"고 당에 책임을 떠넘겼다.

대책이 앞으로 현실화될지도 미지수다. 야당과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취득세 감면을 위해선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데도,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소급적용을 발표했다"며 "이는 입법권의 침해"라고 반발했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시장의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인가.

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