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점심시간 서울 구로동 한국산업단지공단 맞은편 무대.넥타이 차림의 직장인들이 색소폰으로 감미로운 선율을 연주했다. 이들의 음악에 점심거리를 찾던 직장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디지털밸리를 춤추게 하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관악고용센터 주최로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열리고 있다. 센터의 최상철 기업지원팀 과장은 "단지에 활기와 상상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에서 공연을 시작했다"며 "매번 100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가 일과 학습,문화가 융합된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10년 전 구로공단의 탈을 벗고 정보기술(IT) 업체를 중심으로 아파트형 공장을 대거 유치한 후에도 문화시설 부족으로 퇴근 후와 주말에는 공동화되는 '일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산업단지구조고도화사업'과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변화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단지 특성에 맞는 배움의 장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5개 대학이 회사 실무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커리큘럼을 짰다. 부천대는 'IT 전문가 과정'을 개설했다. JAVA프로그래밍에서 해킹 방어 기술까지 폭넓은 범위를 다룬다.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소현호 씨(34)는 "어학 학원만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업무와 직접 연관된 강좌들이 많아 유용하다"고 말했다.

여가를 위한 동호회 조직도 활발하다. 가산디지털경기장에서 열리는 축구리그에는 100개가 넘는 동호회가 가입돼 있다.

정소람/하헌형 기자 sora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