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주요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정부의 미숙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유치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모두 현 정부의 대선 공약으로 제시됐다. 눈앞의 표 때문에 현실성이 낮은 지역 개발 및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고,그 이후 정부의 미숙한 일 처리로 전면 재검토가 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공모제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모를 하면 각 지역이 사활을 건 유치전에 뛰어들고 정치인들도 가세하면서 국책 사업은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이는 지역갈등의 골을 더 깊게 한다. 정부가 섣불리 결정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돼 결정을 미루면서 국책사업은 표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동남권 신공항뿐만 아니다. 과거 충북 오송 생명과학단지와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결정 과정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수십조원의 생산 증가와 수십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기대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배수진을 치고 유치전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각 지자체들은 용역비,유치행사비 등의 명목으로 예산 수십억원을 쏟아부었고 적지 않은 행정력 낭비도 가져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9일 "국책사업에 대한 공모제는 지역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바보짓"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정부가 표가 될 국책사업에 대해 공모제라는 잘못된 접근으로 국론 분열은 물론 여당 표를 다 날려버리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국책사업은 여권 내부에서 조용히 조율을 마친 뒤 전격적으로 발표하는 게 맞다"며 "전격 발표하면 지역갈등은 일어날 소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국책사업 지역 선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의 공모 방식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갖가지 억측을 낳으면서 지역갈등과 분열을 야기하고,탈락 지역의 소외감만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