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정부 상설조직으로 출범함에 따라 과학기술인들의 염원이던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3년여 만에 복원됐다. 기존 비상설 국과위 조직은 해체됐으며 관련 법령도 모두 삭제됐다. 국과위는 원칙적으로 모든 정부 부처를 아우르는 연구 · 개발(R&D) 배분조정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위원회를 둠으로써 민간 과학기술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과거보다 넓혔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예산배분권 범위가 애매한 표현으로 된 부분이 많아 기획재정부와 권한 조정 문제 및 지식경제부 등 다른 부처와 업무중복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과학기술 정책 총괄…범위는 애매

국과위는 중장기 과학기술정책을 총괄 수립하는 동시에 기초연구개발사업 및 신성장동력사업 등에 대한 예산 배분조정권을 갖게 된다. 기술분야별 투자 규모, 사업별 투자 우선순위와 규모도 국과위가 정한다. 운영위 산하 8개 전문위(녹색기술위 생명복지위 등)가 각 분야에 대한 1차 심의 후 안건을 운영위로 넘기면 운영위에서 이를 심의, 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예산을 확정하는 구도다. 각 기관이 추진하는 중장기계획에 대해 매년 실태조사(평가)도 벌인다. 운영위 산하 전문위에는 각각 15명 안팎으로 총 100~120명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다.

이를테면 10년 안팎의 단위로 추진되는 대형국가프로젝트인 '프런티어사업' 이나 우주개발 등 거대 과학연구개발사업 등에 대한 예산 배분조정권을 국과위가 맡게 된다. 2개 기관이 중복된 사업에 대한 교통정리 권한을 준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과학기술 지식정보의 유통 · 관리와 예비타당성 조사 위탁 권한도 교과부에서 국과위로 옮겨졌다. 이에 따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기능은 사실상 국과위로 이관됐다.

그러나 예산 배분조정 범위가 '미래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사업'과 '새로운 지식을 위한 기초과학분야 사업' 등 애매한 표현이 대부분인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전체 R&D 예산 중 기초 · 원천분야 예산이 45%가량, 신성장동력사업이 15%가량으로 추정되지만 두 분야 간 중복이 많아 단순 합산은 어렵다"면서 "현재 상태로는 많이 모호하며 국과위가 담당할 구체적 사업 목록은 4월 말께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 R&D 자금을 크게 기초 · 응용 · 개발로 비교적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결국 정부가 당초 내세운 '국과위가 대부분 예산배분권을 갖는다'는 말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출연연 문제 해결 안돼

출연연 예산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탁과제'에 대한 발주 권한을 개별 정부부처가 여전히 갖고 있는 한 국과위 권한에 한계가 있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올해 A연구원 예산 구성을 보면 정부출연금은 389억원, 지경부 교과부 등에서의 정부수탁과제는 4984억원, 민간수탁과제는 311억원,기타가 313억원이다. B연구원의 예산 구성 역시 정부출연금이 771억원, 수탁과제 등 자체 수입이 2208억원이다. 수탁과제는 수억~수십억 단위라 각 출연연이 수백개가량의 과제를 부처별로 개별 수주하기 때문에 국과위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국과위 고위관계자를 민간인이 아니라 모두 공무원으로 채운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또 당초 구상 단계에서는 사무처 연구개발조정국 산하 4개 과에 한 명씩 총 4명의 민간 전문가(심의관)를 두기로 했으나, 최종안에선 1명으로 축소됐다. 운영위 전문위원이나 사무처의 민간 개방형 직위에도 역시 공무원이 갈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김도연 국과위 위원장은 "기초과학과 지방과학 육성에 있어 목소리를 분명히 낼 것"이라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확실한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