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이후 한때 1140원대로 급등했던 원 · 달러 환율이 지난주 1110원대로 급락,추가 하락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지진과 쓰나미,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었고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환율 급락을 막아온 정부의 시장 개입 강도가 약해질 수 있어 환율은 1100원을 깨고 내려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6일간 20원 넘게 하락

지난 25일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원80전 내린 1114원20전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7일(1135원30전) 이후 6거래일 하락폭은 21원10전에 달한다.

환율은 일본 지진 이후 엔 · 달러 환율이 사상 최저(엔화 강세)로 떨어지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지난 17일 장중 한때 1144원까지 오르는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선진 7개국(G7)의 외환시장 공조 개입으로 엔화 강세가 주춤해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번 주에도 환율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 세계적으로 주가 상승세가 지속 중이고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6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물가 불안이 변수

국제 금융시장이 유럽 재정위기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정치 불안 등의 악재에 다소 둔감해진 것도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을 점치게 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여러 악재 속에서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환율 하락 요인이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 순매수에 나선 것도 환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강도도 약해질 전망이다. 올 들어 외환당국은 환율이 1100원대 초반으로 하락하면 달러 매수 개입을 통해 추가 하락을 저지했다. 하지만 국제유가를 비롯한 수입물가 상승폭이 커지고 있어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어느 정도 환율 하락을 용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스권 장세 전망도

환율 하락이 계속되겠지만 110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사들의 달러 결제 수요가 커졌고 1100원이 오랫동안 깨지지 않은 탓에 환율이 1100원에 가까워지면 달러 매도보다는 매수세가 강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아직은 1100원을 하단,1140원을 상단으로 한 박스권 장세라고 봐야 한다"며 "물가 상승세가 확대된다면 1100원 아래로 내려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