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3대 뇌관에 직면했다. 올 들어 예멘 바레인 오만 등 아라비아반도 국가들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시위 여파가 사우디를 강타하면서 중동 맹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사우디의 정국 불안은 세계 원유 시장에 충격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이가 주목된다.

◆알카에다 세력 확산 우려

아라비아반도 남부에 위치한 예멘은 사우디에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막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동맹 관계인 사우디는 반미 무장단체인 알카에다와 적대관계다. 예멘에는 험준한 산악지대가 많아 은신이 용이하기 때문에 알카에다는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본부를 예멘에 두고 있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사우디의 군사 ·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알카에다 섬멸 작전을 펼치고 있다. 살레 정권이 전복되면 사우디는 알카에다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알카에다는 최근 예멘 정국 혼란을 틈타 사우디 국경 인접 지역까지 세력을 뻗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우디의 바람과는 달리 예멘 정국은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예멘 야권은 25일(현지시간) 정부와 모든 대화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앞서 야권은 지난 1월 말 민주화 시위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를 이슬람 휴일인 25일에 열기로 한 바 있다. 정부도 강경대응에 나섰다. 살레는 이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예멘의 치안과 안정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살레 대통령과 시위대에 가세한 알리 모흐센 알 아흐마르 소장이 수일 내 동반 퇴진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지만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종파 간 분쟁으로 번져

중동 지역은 이슬람 분파에 따라 크게 두 세력으로 구분된다. 사우디 바레인 등 수니파 국가 연합체인 걸프협력기구(GCC)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시아파 벨트 연합이다. 중동 각국의 반정부 시위는 종파 분쟁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종파 분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사우디가 바레인 민주화 시위 진압을 위해 1000여명의 병력을 파견한 이후 중동의 민주화 시위는 종파 분쟁으로 번졌다.

수니파가 정권을 쥐고 있는 예멘도 시위 진압을 위해 사우디에 병력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우디가 예멘에 섣불리 병력을 지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아파 국가들과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바레인 민주화 시위를 시아파 무장조직인 헤즈볼라와 이란 혁명수비대가 주도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내부 민주화 시위도 걱정

사우디에도 지난달부터 크고작은 반정부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달 초 집회 금지령을 내렸지만 여전히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가 정치적 위기를 맞으면 중동 정세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맹주인 사우디가 흔들릴 경우 중동 질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중동의 균형추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 우호적인 사우디와 그 반대 입장인 이란이 대립하는 형국이다. 만약 사우디가 무너지면 중동 패권이 이란 쪽으로 급격히 쏠릴 것이란 분석이다.

사우디 정국이 악화되면 국제유가도 치솟을 전망이다. 사우디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900만배럴로,전 세계 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이집트(0.2%)나 예멘(0.3%) 리비아(2%)의 생산량을 크게 웃돈다. 마켓워치는 "최근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선까지 치솟은 실제 이유는 중동 민주화 시위가 사우디로 번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최근 "사우디로 시위가 본격 확산되면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수니파·시아파

두 종파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하마드 사후 이슬람 공동체의 수장인 칼리프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수니파는 초기 4명의 칼리프를 모두 정통으로 인정한 반면 시아파는 무하마드의 사위인 4대 칼리프 알리만을 정통으로 본다. 전 세계 무슬림 인구의 80~90%가 수니파,나머지는 시아파로 추정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