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이 쏙 들어갔네요. 공격적인 매수세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하루 만에 평형대별로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올랐습니다. "(서울 개포주공 1단지 내 정애남 정애남공인 대표)

개포지구 재정비안이 통과된 이튿날인 24일 개포주공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대부분 내놨던 매물을 도로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겠다는 집주인의 전화였다.

◆저층은 호가 3000만원 올라

재건축 활성화 기대감이 퍼지면서 개포주공 저층(1~4단지)에선 매도자들이 발빠르게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개포주공 1단지 42㎡는 8억1000만~8억3000만원,3단지 42㎡는 9억1000만~9억3000만원으로 하루 만에 호가가 각각 3000만원과 2500만원 올랐다.

개포주공 3단지 G공인 관계자는 "서울시 결정이 알려진 23일 밤부터 매물 일부가 들어갔고 호가를 최고 3000만원 올린 고객도 있다"며 "그동안 집값이 내렸다가 분위기가 바뀌니까 좀 더 올려 내놓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도 "매수 문의가 있어 집주인에게 팔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가격이 오를 텐데 일단 지켜보겠다고 고집해 거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상당수 매도자들이 현재보다 3000만~4000만원 정도 높은 설 연휴 이전 가격을 고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 속도 늦은 중층은 잠잠

저층 단지에 비해 사업 속도가 늦을 것으로 예상되는 개포주공 중층단지(5~7단지)는 비교적 분위기가 차분했다. 문의가 뜸한 편이었고 호가도 주공5단지 103㎡ 9억2000만~9억5000만원,주공6단지 116㎡ 10억~11억원으로 재정비안 통과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개포주공 5단지 B공인 관계자는 "저층 단지에선 매물이 회수됐다고 하지만 이곳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며 "일반적으로 저층 단지 재건축이 끝나야 중층 단지 재건축이 시작되기 때문에 당장 재정비안 통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단지 K공인 관계자는 "문의가 별로 없지만 이마저도 가격이 올랐는지,언제 처분해야 하는지를 묻는 매도자들의 전화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기대감

개포지구 재정비안 통과로 가락시영 등 강남권 저층 재건축 추진단지에도 문의가 늘고 매물이 회수됐다. 가락시영 인근 정지철 건국부동산 대표는 "오늘 오전 가락시영 1차 49㎡를 5억9000만원에 내놓았던 2명의 매도자 중 한 명은 6억원으로,다른 한 명은 6억1000만원으로 호가를 1000만~2000만원 올렸다"며 "매물을 거두고 지켜보겠다는 전화도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컨설팅 업체 유엔알컨설팅의 박상언 대표는 "개포지구는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이곳의 아파트 값이 회복세를 보이면 주변 재건축 단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기대 심리가 상당 부분 가격에 이미 반영된 데다 향후 주택시장 전망도 불확실해 개포지구 재정비안 통과가 단기간에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가격 급등이나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신중론도 있다.

김태철/강영연/박한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