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아이폰과 같은 대박 상품을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인생이 바뀔 만큼 보상해주겠다. "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취임 직후 혁신적인 금융상품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조 행장은 인력이나 점포 등 규모에서 열세인 기업은행이 시장을 선도하고 성장해나가기 위해선 획기적인 상품이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해 직원 모두로부터 상품 아이디어 제안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은행은 조 행장의 발표 이후 3개월이 흐른 24일 현재 상품 아이디어 900여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당초 조 행장 취임 후 신설한 미래기획실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업무를 맡도록 했으나 제안 접수 건수가 많아 현업 부서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기업은행은 승진이나 포상금 면에서 '인생이 바뀔 만큼' 보상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상품 아이디어 900여건 접수

기업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가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많이 나왔다"며 "조직문화가 역동적으로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현재 개인고객 상품,신탁 상품,여신 상품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TF팀을 구성해 상품 아이디어를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제안도 있지만 제대로 된 상품 아이디어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상품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보다는 4~5가지 아이디어를 결합해 복합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가 꽤 된다"며 "선별 작업으로 걸러내서 좋은 아이디어는 쌓아두고 앞으로 상품 개발 때 차례대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보고 기한을 정하지 않고 제대로 된 상품이 완성되는 대로 신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인생 바뀔 만큼' 보상 뭘까

기업은행은 '인생이 바뀔 만큼'의 보상을 약속한 만큼 파격적인 보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상품화되고 이 상품이 많이 팔려 은행 수익으로 연결되면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준다는 방침이다.

우선 직급을 상위 직급으로 한 단계 올려준다. 직급 승진에 따라 급여도 늘어난다. 직책은 직무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행원을 지점장으로 높이는 식은 아니고 동기 중에서 가장 먼저 승진하도록 할 계획이다. 직책 승진은 1급이 될 때까지 '동기 중 우선 승진'이 적용된다.

상당한 수준의 포상금도 지급한다.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연봉 이상 수준으로 할 예정이다.

◆일부 부작용 우려도

일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에서 상품기획자가 납품사에 재고를 떠넘기고 마치 다 팔린 것처럼 회사에 보고해 성과급 포함 '연봉 1억원' 지급 대상자로 선발된 것과 같은 사례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에는 한 보험사에서 직원이 병원 등과 짜고 허위 계약을 통해 '보험왕'에 오른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제조 유통업체나 보험사와 다르다"며 "아이디어가 상품화된 후 각 영업점에서 고객들에게 많이 팔리고 또 100억원 이상 정도의 은행 수익으로 연결돼야 심사위원회를 통해 보상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