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현장속으로] 가족 힘으로 살린 세풍터보 "이젠 해외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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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다단터보 기술개발
공기이송ㆍ청소장치 국산화
거래처가 발벗고 수출도와
공기이송ㆍ청소장치 국산화
거래처가 발벗고 수출도와
서울 궁동의 한 빌라.새벽이면 분주한 하루가 시작된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 딸 네 식구가 동시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후다닥 마친 뒤 차 한 대에 몸을 싣는다. 부천을 거쳐 이들이 향하는 곳은 시화공단 내 세풍터보.
이곳에서 아버지는 사장,어머니는 관리담당,아들은 영업 총괄,딸은 기획 및 대외 업무를 맡는다. 어머니와 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일하는 것은 국내 중소업체에서는 드문 일이다. 이들을 포함해 이 회사의 전체 직원은 17명.
이 회사는 두 가지 면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하나는 가족이 합심해서 경영위기를 극복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첨단기술인 다단 터보기술을 개발해 수입 대체 및 수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신광래 사장(60)은 1988년 이 회사를 창업했다. 시골에서 상경해 10대 중반부터 현장에서 일한 그는 기계가공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익혔다. 직장생활 중 경영진이 그의 능력을 높이 사 "집을 사줄 테니 계속 함께 일하자"고 요청했을 정도다. 하지만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다양한 기계 제품을 개발하며 꾸준히 성장했지만 1990년대 중반 발주 업체가 부도나고 이 회사에서 받은 어음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2층 집에 살 만큼 여유로운 생활을 누렸던 이들은 하루 아침에 쫓겨나 4평 남짓한 쪽방에서 추운 나날을 버텨야 했다.
아내 이성옥 씨(54)가 공장에 합류한 것은 이때부터.아들 영업담당 용재씨(27)는 20세 때부터 학업과 공장 일을 병행했다. 딸 지영씨(25)는 기획과 대외 업무를 맡지만 납기가 촉박할 때는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기계 조립을 돕는다. 다른 가족도 마찬가지다.
신 사장은 자신의 현장 경험을 살려 다단 터보기술을 개발했다. 회전 날개가 여러 겹이어서 물체 이송 능력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단 터보 블로어(Multi Turbo Blower),중앙집중식 청소장치,공기이송장치 등을 국산화했다. 이들 중 일부는 미국 독일 등 선진국 업체가 공급하던 것이다. 신 사장은 "우리가 국산화하자 대기업들이 우리 제품을 속속 사주고 있다"고 말했다. 기능이 뛰어나고 가격도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블로어는 회전운동때 생기는 바람의 힘에 의해 물체를 이송하는 장치다.
신 사장은 "다단 터보 블로어는 일반 블로어에 비해 더 많은 풍량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생활쓰레기 처리장,원자력발전소,KT&G 등에 납품하고 있다.
거래 업체 중 일부는 "제품의 성능이 뛰어나다"며 "수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자청할 정도다. 여기엔 45년에 걸친 신 사장의 현장 노하우가 담겨 있다.
신 사장은"국내 300여개 업체에 납품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 이어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 강소기업으로 키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화공단=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