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폰은 2008년 11월 미국 시카고에서 설립돼 지금까지 전 세계 44개국에 진출,3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소셜커머스 1위 업체다. 특히 미국 출시 첫날 의류브랜드 갭(GAP)의 50달러짜리 상품권을 25달러에 할인 판매해 하루 만에 44만장을 파는 성과를 거둬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루폰은 지난 14일 한국에 상륙한 이후 명성에 걸맞은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지만 서비스 면에서 기존 국내 업체들과 별 차이가 없는 데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낮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 숫자 부족으로 곤욕

소셜커머스 판매정보 업체 소셜커머스코리아에 따르면 그루폰코리아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최소 판매 수량에도 못 미치는 상품이 속출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셋째날인 16일에는 11개의 상품 중 절반에 가까운 5개 상품의 판매가 중단됐다.

소셜커머스는 일정한 수의 고객이 공동구매하는 것을 전제로 절반 안팎의 가격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목표 인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최소 30개가 팔려야 할인 판매가 가능한 레드힐스의 미팅파티 상품은 16일 하루 동안 단 1명만 사겠다고 해 거래가 취소됐다. 음식점 '테라스가 있는 초집 마을' 이용권은 정가의 50%인 3만3600원에 판매됐지만 이 역시 최소 판매 수량 50개에 못 미치는 11개만 팔려 거래가 중단됐다.

16일의 경우 그루폰의 거래금액은 2700만원에 그쳤다. 국내 1위 업체인 티켓몬스터가 같은 날 판매한 금액(8억원)의 30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주말에도 판매 부진은 이어졌다. 금요일인 18일부터 일요일(20일)까지 사흘 동안 그루폰코리아는 채 3억원이 안 되는 매출을 기록,1위 티켓몬스터(28억원)의 9분의 1,2위 쿠팡(11억원)의 4분의 1에 불과한 실적을 보였다.

◆"한국 업체와 다를 게 없다"

업계에서는 그루폰이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에 대한 학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시장 조사가 제대로 안 됐다는 뜻이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생소한 럭셔리 미팅파티 상품을 판매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계 1위 업체임에도 국내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것도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거래에 실패한 상품 중에는 스킨케어 자유이용권도 포함돼 있다. 여성 고객층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국내 선두권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이런 상품을 내놓을 때는 빠르게 상품이 소진된다. 소셜커머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무난하게 팔고 있는 상품이 그루폰코리아에서 먹히지 않는 이유는 고정 고객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상품 내용이나 판매 방식,서비스 등에서 기존 소셜커머스 업체와 별 차이가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루폰코리아는 상품 구매 후 7일 내 환불 원칙 등을 내세웠지만 국내 기존 업체들도 똑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 부산 등 6개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하고 있어 충분한 영업망을 갖추지 못한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그루폰코리아는 내달까지 서비스 지역을 10개로 확대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김일라 그루폰코리아 매니저는 "일부 제품 판매에 실패하는 등 시행착오가 있지만 지금은 한국시장에 대한 테스트 단계라고 할 수 있다"며 "삶의 질을 높이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기 위해 기존 국내 업체들과의 차별화 전략을 펼쳐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